초로기치매 3년 차 일상이야기
목적지를 제대로 찾아가기, 그리고 돌아오기.
버스타는 연습을 한다. 버스를 타고 평생학습관을 다녀왔다. 물론 날짜, 요일로 보면 수업이 있는 날이다. 그렇지만 선생님의 사정으로 수업이 2주 정도 쉬는 사이에 한 주는 휴강, 그다음 주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나 들어봤던 자습시간이다. 선생님의 지도도 없이 먹을 갈아 화선지에 나름대로 연습해 보는 것이다. 글을 쓰든 아니면 무엇을 하든 간에 자신의 마음이다. 그래서 오늘은 버스 타기 연습부터 시작했다. 전에는 걸어 다녔지만, 오늘은 버스를 타고 평생학습관에 가보라는 아내의 코치가 있었다. 집 근처의 정류장에서 타고, 평생학습관 주변의 정류장에서 돌아오는 훈련이다. 늘 걸어 다닌 것이 습관이 되었는데, 버스로도 가보는 것이다. 20-1번 버스와 20-2번 버스를 번갈아 타면서 돌아오는 훈련. 나 같은 치매에게 적절한 훈련이다. 그래서 아침에 산에 다녀와서는 버스를 탄다. 집 근처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에 제대로 타기 위해 버스 번호를 다시 보고 또다시 본다. '20-2'번 버스가 오분 정도 뒤에 정류장에 섰다. 일단 타고 본다. 한 번 놓치면 이십 여분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 생각하고 말고가 없다. 차 안에 빈 좌석들이 여유롭다. 겨우 다섯 명 정도 탄 것 같다. 느긋하게 창쪽에 앉아서 지나가는 길들을 주목한다. 늘 걸어 다녔으니, 걸어가고 돌아오며 걷는 길은 익숙하다. 그런데 차를 타는 것은 처음이다. 노선을 정확히는 모르기에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 데에 주목한다. 어차피 평생학습관을 걸어 다녔기에 그 근처의 길들은 익숙하다. 버스가 왔다. 망설이지 않고 20-2번 버스에 오른다. 사람은 다섯 명 정도 타고 있다. 내리는 통로 안쪽으로 앉았다. 내리는 걸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버스가 출발한다. 이전에 늘 걸어갔던 길로 가는 차선이 아니라서 어떻게 가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익숙한 이름의 정류지가 도착할 때마다 어떤 장소인지 눈으로 그림을 익혔고, 다시 출발하면 거리를 눈에 익혀본다. 첫술에 배부르랴? 가는 방향을 눈여겨본다. 내리는 곳의 정류장 이름은 그리 낯설지는 않다. 대신에 거리는 조금 낯설어 보인다. 00고등학교를 지나고 나니 조금 익숙한 길거리가 보인다. 그러고 나서 버스에서 내린다. 내렸던 정류장 이름이 돌아와 글을 쓸 때는 기억나지 않는다. 시장터가 바로 앞에 보였다는 기억밖에 없다. 어차피 그전에는 적절하게 내릴 정류장도 없었다. 늘 걸어와서인지 차에서는 거리가 아니, 정류장 이름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찾아온 평생학습관을 들어갔다. 금요일이었지만 수업을 하는 교실이 보이지 않는다. 뭐 교실이 내다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열려 있는 문 안에 텅 빈 공간들, 문이 닫혀있다 해도 작은 유리창들이 있어 안이 보이니 말이다. 내가 배우는 사군자 교실은 3층이다. 무작정 3층으로 올라간다. 아무도 없다. 일층의 관리사무실에도 관리인도 보이지 않는다. 배우는 3층 교실에 들어갔다. 창은 있지만 조금 어두웠다. 텅 비었다. 선생님 자리에도, 배우는 사람들의 자리에도 텅 빈 채로 교실은 적막하다. '그래, 오늘은 휴강이구나' 싶었다. 더 이상 볼 것도 없다. 어두운 교실에 일 분 정도 있다가 나선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층으로 내려간다. 그래도 동작은 한다. 그렇지 않으면 3층까지 걸어 올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찾아갔던 평생학습관 수업하지 않음을 확인하고, 다시 평생학습관을 나선다. 평생학습관을 버스로 다녀온 기념? 증거?를 위해 한 컷 찍는다. 가는 버스야 당연히 20-1이다. 반대편으로 가는 버스 노선이다. 걸어 나가 정류장 쪽으로 향한다. 멀지 않다. 횡단보도 반대편 쪽에 돌아가는 버스가 있다. 오분 여 앉아 기다렸더니 버스가 도착한다. 탔더니 역시 빈자리가 많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을 유심히 눈여겨본다. 기억이 새겨져서 잊지 않으려는 생각에서이다. 그리고는 올 때 탔던 그 그 반대편에서 내린다.
'그래, 늘 걸어갔던 평생학습관 처음으로 버스를 타보고 갔다 왔으니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버스를 타도 되겠다 싶다. 날이 걷기에 불편할 때 유용하게 다녀올 수 있겠다. 버스도 돌아올 때 탈 때의 정류장 건너편에서 내렸다. 오분 정도 걸어가면 집이다. 가고 오는 버스까지 익혔으니 버스 탈 일 있으면 편하게 오갈 수 있게 되었다. 날씨가 궃을 때 제격이다 싶다. 너무 춥거나 더울 때도 유용하다. 제대로 타고 잘 다녀왔다고 우리 집 여왕에게 보고를 마쳤다.
일상의 스케줄을 소화한다. '헬스클럽 운동'에서부터, '뉴스 브리핑', 그리고 브런치 사이트 글쓰기까지 마친다. 비교적 느긋하게 하루를 보내고, 저녁을 마친 뒤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를 쓰고, 나름 쓰고 있던 글도 정리한다. 이제 마음 편하게 늘 저녁을 먹는 큰 짙은 갈색 사각모양의 갈색 상에 간단한 반찬과 밥, 그리고 비타민-C를 아내가 챙겨준다. 설거지는 내 전문이다. 잘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바깥 베란다 밖 산은 짙은 어두움으로만 어렴풋하다. 이미 캄캄한 바깥은 구분되지 않을 만큼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수면을 취할 때까지 읽을 책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 가서 빌려오고 싶지만 이미 늦었다.
"이 밤중에? 미리 빌려놓지!"
이런 말 듣는 것? 십. 중. 십이다. 어쩔 수 없다. 오늘은 책 읽는 것을 생략하고, 대출 신청을 해야 할 것 같다. 바로 도서 대출이 착착되는 것은 아니라서, 이틀은 동네 대출 도서관에서 찾아서 읽을 요량이다. 그것이 제일 낫다. 이제 무얼 읽을지 책을 찾는 작업이다. 인터넷 도서관에 가서 대출 도서 찾아봐야겠다. 여덟 시다. 밤중에 나가 책 한 권 빌려와? 그런 생각하다 벌써 여덟 시가 넘어간다. 포기다. 내일 운동 갈 때 빌려봐야겠다. 거실 한쪽 편에 원래 있던 책장이 있으니 그 가운데 하나 골라잡아 읽을 요량이다. 그리고 동네마다 있는 도서 대출공간에 가서 하나 빌리고, 도서관에는 다른 대출 신청을 마쳐야겠다 싶다. 여덟 시가 지나간다. 두 시간만 지나면 수면을 취할 때다. 하루가 벌써 다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