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의 안심
치매 안심센터에 갔다. 아주 오래전에 간 뒤로는 발길 향한 적 없던 그곳을 찾아갔다. 치매가 이제 점점 진행될 테니, 나의 지문과 인적사항을 등록하러 간 것이다. 길을 잃어버린 채로 헤매게 되면 그 자신의 내용과 거주지 연락처도 알 수 있게 등록하는 것이다. 지금 상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사람의 앞 일을 어찌 알까? 갈 길 제대로 찾지 못하고 헤맬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치를 미리 취한 것이다. 말하자면 나의 인적사항, 주소 따위를 공개적으로 오픈한 것이다. 보호자에게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는 행정기록 과정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 먼 거리는 아니지만 걷기엔 조금 먼 그 길을 다녀온 것이다. 내가 길을 잃었을 때 기억을 못 하더라도 행정적으로 등록을 했으니 한편 안심할 수 있는 조치인 것이다. 나 자신이 그럴 리는 없지만 사람이란 만약을 모르는 법이니 그런 조치라도 취하면 아내도 나도 한편 마음이라도 놓이겠다 싶었다. 어린아이 목에 주소가 기록된 목걸이를 걸듯 나에게도 마찬가지 조치인 것이다. 환갑이 된 나이 60이다. 우리 가족의 치매는 가족력인 유전이다. 아버지부터 5남 4녀의 가족들이 돌이켜보면 다 그랬다. 유전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가벼운 증상으로 넘어가도록 노력한다. 깜빡할 수 있는 것은 메모하고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휴대폰에 메모까지 해서라도 어떻게든 최대한 정신 차리면서 살아가려 한다. 그럼에도 잊어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닐까...
가을 하늘이 파랗게 하늘을 물들이는 가을 내 머릿속은 기억의 파편들로 늘어서있다. 한 문장의 기억이 나중에 떠올리면 중간중간이 흐려지는 때에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한다. 휴대폰에 기록하거나 메모지에 적거나 하는 이를 자주 한다. 그것이 확실한 해결책이기에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한다.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내게는 힘을 들여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어느 때에는 듬성듬성 기록이 빠질 때가 있어서 답답한 적도 많다. 스케줄을 빼놓지 않아는데도 시간이 지나면 내가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다반사다. 옆에서 지켜보는 아내는 얼마나 속이 탈까. 내가 더 답답해질 지경이다. 글을 적다 방금 생각난 것은 손톱을 아직까지 정리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며칠 전부터 깎아야지 했던 것이었는데, 답답한 일이다. 글 마무리 되면 베란다 쪽에 가서 이미 해가 진 시간이지만 깎아야겠다. 생각날 때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당장 해야겠다. 치매에게는 '당장'이 최고의 행동요령이다. 늘 아내가 나에게 '지금 당장 해!'라고 말할 때가 대부분이다. 내 습관, 아니 버릇을 알고 있는 셈이다. 꾸물거리다 빼놓고 안 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도 생각날 "때면 "Right now"를 외쳐본다. 또 하루를 미루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