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찔린 가시도 예뻐 보인다

by 수필천편

바야흐로 가을이다. 선선해진 날씨에 산에 올라가는 좁은 길에 자랑하듯 가시가 보인다. 몇 개의 밤송이가 가시옷을 입은 채 짙은 밤색을 살짝 보여준다. 발로 지르밟고 밤 한 톨 꺼내니 옅은 밤색이 그 무엇보다 눈이 부신다. 산자락 비탈길을 지나치면서 쳐다보면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숙였다가 들고 하는 모습이 밤을 줍는 것 같다. 나도 다 해본 일이다. 어쩌다가 밤송이를 발로 밟는 바람에 살짝 아픈 적도 있다. 하지만 밤을 줍는 그 순간 그 찔린 사실도 잊어버리고는 좋아한다. 아이 손을 잡고는 산을 오르는 아이가 내 손에 들고 있는 밤을 쳐다본다. 굵은 밤 몇 개 주니 좋아라 한다. 짙은 밤색이 광택이라도 입힌 듯 번쩍거린다. 산길 걷던 어떤 아주머니도 주변의 쌓인 빈 밤송이 껍질 근처에서 이리저리 둘러본다. 어떤 남자는 산길을 걷지 않고 산 비탈길을 걸어가며 허리 굽혀 밤을 줍는 모습이 마치 오뚝이 같다. 기울어졌다가 다시 일어서듯 말이다. 산길 산자락마다 그런 오뚝이 아저씨들이 눈에 띈다. 심지어 아주머니도 있다. 가을은 깊어가는데, 밤은 땅에 떨어져 제 색깔을 드러내지 못한다. 주운 밤 손으로 닦으니 짙은 색깔 자랑하듯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게 밤 줍는 재미다. 밤 줍는 재미를 느끼고 한 줌 손에 쥔 밤들을 집에 돌아가, 누구는 껍질만 벗겨내 먹기도 하고, 또 누구는 쪄서 먹을 터이다. 그 모든 게 즐거움으로 통한다. 산도 가고 재미도 있으니 말 그대로 일거양득, '꿩 먹고 알 먹고'이다.




베란다 밖에서 화창한 날씨를 자랑하듯 거실 바닥까지 햇빛을 깔아준다. 구름 낀 파란 하늘이 짓푸르게 쏟아진다, 어두운 색깔이 시나브로 개이는 것처럼. 옆에 걸린 달력 쳐다보니 한글날이다. 쉬는 날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일하고 쉬는 사람은 쉬겠지만이 정도의 공휴일이 연달아 며칠 되는 것은 드물다. 즐거움도 매양 햇빛 비추듯 쏟아진다면 즐거움이란 그 맛을 느낄 수도 없다. 그래서 이번 달의 빨간색 공휴일 선물은 드문 선물이니 제대로 보내야 할 것 같다. 물론 나란 사람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늘 일정한 스케줄로 돌아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어떤 때는 못했던 것도 한 번 해보고, 평소에 먹어보고 싶었던 것도 즐겨보는 것이다. 이런 황금연후를 반짝반짝 빛나게 보내줘야 새빨간 달력도 활짝 웃으며 좋아할 듯싶다. 이럴 때는 평소의 스케줄 떠올리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몸 가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마음 건강에도 좋다. 이 가을 만끽하고 돌아올 추운 겨울을 미리미리 대비하듯 광합성 제대로 할 일이다. 나는 산에 다니는 것으로 갈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