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꽃으로 태어났어. -엠마 쥴리아니 글. 그림/이세진 옮김
“엄마는 이 책을 보고 무얼 느꼈어요?”
“엄마는 스스로 무슨 꽃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떤 거예요?”
마치 아이와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듯 팔순이 넘은 그리고 가벼운 치매증상이 있는 엄마와 이야기를 나눈다. 책을 좋아하지도 않고 읽지도 않으신 엄마는 대답한다.
“아휴, 귀찮다. 다 귀찮아.”
함께 캐모마일 차 한잔을 마신 후 다시 읽어드린다. 기억력이 없으신 엄마는 이 책을 처음 본다고 하신다. 이번에 반응은 전보다 조금 더 적극적이다. 책에 등장하는 여성의 옆모습을 보고 이야기 하신다.
”얘, 저 여자는 꼭 너 같다.“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다. 그러나 팝업북인 이 책의 접혀 진 부분을 펼칠 때마다 가벼운 탄성이 함께한다. 역시 이 책의 느낌이나 감상을 이야기하는 것에는 실패한다.
무언가 조급한 나는 다시 여쭤본다.
”엄마는 무슨 꽃을 제일 좋아해요?“
베란다에 가득한 식물들과 그 나무들이 꽃을 피울 때마다 좋아하시던 엄마라 내가 원하는 답이 나올 줄 알았다.
”난 그렇게 좋아하는 꽃도 없어.“
”그럼 어린 시절 집에는 꽃이 없었어요.“
엄마는 오래전 일을 생각하는 눈빛을 보이시더니 이야기 하신다.
”어릴 적 우리 집 마당에 꽃이 많았지.“
이때다 싶어서 닷 물어본다.
”무슨 꽃?“
”아휴 다 잊어버렸어. 귀찮아. 다“
이쯤되니 그러한 의문이 생긴다. ‘누구나 다 나처럼 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또는 ‘책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일이다.’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엄마는 그 순간이라도 어린 시절 마당에 한가득 피었던 꽃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것이면 되었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엄마와는 달리 이 책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책이다. 팝업북의 형태로 만들어진 이 책은 형식만큼 내용도 감동적이다. 비록 연약하고 작은 꽃이지만 따듯한 기운을 받고 다른 꽃들과 어우러져 살아가고 사람들에게 사랑을 이어주고 마음을 흥겹게 해주고 세상과 나누는 마지막 인사에도 함께한다, 세상과의 마지막 인사에 사용되는 것도 꽃이라는 것에서 조금 놀라고 울컥했다. 그래서 “가녀리고 연약하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이겨나간다.”라고 한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실리적인 이익을 우선 생각할 수 있다. 그럴 때 꽃은 제외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꽃이 사람들에게 주는 평안, 행복, 기쁨, 위로 등은 대단한 것이다. 그래서 그 힘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이겨낸다.
비록 이 책으로 내가 목표했던 결과는 얻지 못했지만 엄마가 어린시절 마당의 꽃밭을 기억해 낸 그 순간 만큼은 위로와 사랑, 기쁨 행복과 같이 했을 것이다.
배소이 키트: 전병과 캐모마일 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