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 - 나를 깨우는 행복
④ 아무 일 없는 아침이 가장 고마운 날
눈을 떴을 때, 핸드폰 알림창이 비어 있었다. 급한 전화도, 밤새 쌓인 메시지도 없었다. 그저 아침 7시 10분이라는 시간만이 화면에 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이불 속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라곤 누군가 현관문을 여닫는 소리, 멀리서 지나가는 차 한 대의 엔진음뿐이었다. 천장을 바라보며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가슴이 편안하게 오르락내리락했다. 어디 하나 아픈 곳 없이, 불안한 곳 없이.
예전엔 이런 아침이 허전했다. 뭔가 특별한 일정이 있어야 하고, 중요한 약속이나 기다려지는 소식이 있어야 의미 있는 하루라고 생각했다. SNS를 열면 친구들의 화려한 일상이 넘쳐났다. 멋진 레스토랑, 여행지의 풍경, 새로운 경험들. 나는 그걸 보며 내 일상이 초라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늘 다음 주말을, 다음 여행을, 다음 만남을 기다리며 살았다. 평범한 화요일 아침은 그저 지나가야 할 시간일 뿐이었다. 견뎌내야 할 일상이었다.
하지만 작년 겨울,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셨을 때를 기억한다. 새벽 네 시에 울린 전화벨. 그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아버지의 떨리는 목소리. "빨리 와봐. 엄마가..." 옷을 제대로 챙겨 입지도 못하고 뛰쳐나갔다. 택시 안에서 손이 떨렸고, 병원 복도를 뛰어가는 동안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나이가 있기에 여러 가지 많은 검사를 해야 했다. 걱정과 긴장감에 휩싸인체 줄을서서 기다리고, 검사하고, 기다리고 하는 시간의 반복이었다. 검사후 결과가 나오고 의사 선생님이 부르시기를 또 기다리는 여섯 시간은 평생 가장 긴 시간이었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시계를 보고 또 봤다. 복도를 오가는 간호사들의 발걸음 소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계음, 옆 보호자의 한숨 소리. 모든 게 비현실적이었다. '제발, 제발 괜찮으시길.' 나는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습니다. 과로로 인한 일시적 증상이었어요."
의사 선생님의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나는 복도 벤치에 주저앉았다. 눈물이 났다. 안도의 눈물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달라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아침이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 알게 되었다.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그렇게 뼈저리게 배웠다.
이제 나는 평범한 아침의 의미를 안다. 침대 옆 탁자에 놓인 물컵이 어젯밤 그대로 그 자리에 있는 것. 화장실 세면대에 짜놓은 치약이 마르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 냉장고 안에 어제 남긴 반찬이 상하지 않고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거실 소파에 던져놓은 쿠션이 그대로 그 자리에 있는 것. 이 모든 '그대로'의 순간들이 사실은 기적이라는 걸. 변하지 않았다는 것,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커피를 내리며 나는 창밖을 본다. 전기포트에서 물이 끓는 소리가 작고 경쾌하게 울린다. 커피 가루를 필터에 담고, 천천히 뜨거운 물을 부으면 고소한 향이 퍼진다. 이 익숙한 루틴이 주는 안정감. 맞은편 아파트 베란다에서 누군가 빨래를 널고 있고, 아래층에선 아이가 학교 갈 준비를 하는지 "엄마, 내 가방!"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평범하다. 너무나 평범해서 특별할 것 없는 월요일 아침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저 가족도 오늘 무사히 하루를 시작하는구나. 저 아이도 건강하게 학교에 가는구나. 저렇게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요즘 너무 바빠. 정신없어. 미치겠다 진짜." 나는 잠시 생각하다 답장을 보낸다. "그래도 건강하니?" 친구가 웃는 이모티콘을 보낸다. "응, 다행히. 그냥 좀 피곤해." 그 '다행히'라는 단어가 오늘따라 유난히 소중하게 느껴진다. 바쁜 것도, 피곤한 것도 사실은 살아 있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니까.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옆 사람의 어깨가 내 어깨에 기댄다. 졸고 있는 모양이다.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린다. 예전 같았으면 불편해서 자리를 옮겼을 텐데, 오늘은 그냥 둔다. 조심스럽게 몸을 고정시킨 채 움직이지 않는다. 저 사람도 무사히 오늘 아침을 맞이했구나. 별일 없이 출근길에 오르고 있구나. 어쩌면 어젯밤 야근을 했을지도, 아픈 가족을 돌보느라 잠을 못 잤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여기, 이 지하철 안에서 잠시 쉬고 있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축복받은 사람이구나.
회사에 도착해 책상에 앉는다. 컴퓨터를 켜고, 어제 하던 작업을 이어간다. 동료가 "굿모닝!" 하고 인사한다. 나도 웃으며 답한다. "좋은 아침이야." 정말로 좋은 아침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에 더욱 좋은.
행복은 큰 이벤트로 오지 않는다. 그건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고요한 안도감의 형태로 찾아온다. 오늘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무사하고, 내가 잠든 사이 세상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고, 어제와 비슷한 오늘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그 평범함 속에서 마음은 조금씩 회복되고, 삶은 조용히 제자리를 찾아간다. 상처받은 감정들이 아물고, 지친 몸이 힘을 되찾고, 불안했던 마음이 안정을 되찾는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 때, 나는 잠시 멈춰 선다. 오늘도 이 집이 그대로 있다. 따뜻한 불빛이 나를 맞이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게 가장 큰 기쁨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매일 아침 작은 다짐을 한다. "오늘도 아무 일 없기를." 이 소박한 기도가, 어쩌면 우리가 바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화려하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그저 평온하게 하루가 흘러가는 것. 그것이 진짜 행복이라는 걸.
▶ 행복에 대한 단상
별일 없는 하루가 주는 고요함 속에,
우리는 비로소 삶의 소리를 듣는다.
▶ 생각해 볼 오늘의 명언
“평범한 하루가 가장 큰 축복임을 깨닫는 순간,
당신은 이미 행복한 사람이다.”
—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