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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찾는 다원 Jul 18. 2024

[전시] 말하지 않는 섬

2024. 7. 24 ~ 8.4, 예술공간 의식주


전시 ⟪말하지 않는 섬⟫은 인간 활동이 전무한 무인도 위에 상상한 작은 가설이 자생적으로 또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이를 통해 초기의 서사에서 파생했으나 원형에서 멀어지는 가설들을 확인해보며 이야기가 어떻게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 그것을 매개하는 인간은 어떻게 서사를 변형시키는지 탐구하고 특정 지역에 관한 이야기가 형성되어 공동체에 전파되는 과정에 주목합니다.


제목 | 말하지 않는 섬

일시 | 2024년 7월 24일 - 8월 4일 13:30 - 18:30

오프닝 행사 | 2024년 7월 27일 (토) 17:00 - 20:00

장소 | 서울시 서대문구 홍연길 80 2층 예술공간 의식주 

기획 | 강다원 @daoneekang

자문 | 박소호 @soho.park

참여 작가 | 이지윤 @zz_yy.ff, 임아진 @azin_lim, 전혜수 @jeon_hyesoo

그래픽 디자인 | 황정아 @jungahhwang

설치 도움 | 이예란 @dihcro_s_w, 이유민 @dlt.hd

번역 | 임아진

주최 및 주관 | 예술공간 의식주 @the_necessaries

후원 | 서울문화재단 창작예술공간 지원사업

✳︎오프닝 행사는 7월 27일 토요일 17:00 - 20:00 진행됩니다.

✳︎전시 공간은 휠체어가 진입하기 어려운 2층에 있습니다. 관람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전시서문: 말하지 않는 섬에 대한 말

 ⟪말하지 않는 섬⟫은 사람이 만드는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가 공동체에 전해지는 과정에 주목합니다. 먼저 ‘무언도’라는 섬에 관한 짧은 설명이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인간이 살아온 어떠한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무언도는 미래에도 아무 말 없을 듯한 이 섬에 적합한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가까운 육지와 연결되어 있지만 쉽게 들어갈 수 없습니다. 서해안의 물이 빠지는 시간대에만 자갈과 석화로 뒤덮인 길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위태로운 지역에 사람들이 살았다고 추측하는 것은 무리일 듯합니다.

 ⟪말하지 않는 섬⟫은 무언도에 사람들이 잠시 머물렀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인물들이 섬 바깥에서부터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상황, 둥그런 섬의 지형을 따라 걷는 모습,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대화들은 이러한 가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입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모인 상황만으로도 비교적 수월하게 연결되는 서사는 또 다른 줄거리를 만들어냅니다. 마치 생명체가 폐쇄성을 유지하면서 외부로부터 유입된 에너지로부터 자율적으로 생존하듯 작은 단서들로 조합된 이야기는 원형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가설을 능동적으로 만듭니다.

 이 곳에서는 서사의 이동으로 또다른 이야기가 발생하는 동력을 확인하려 합니다. 이지윤, 임아진, 전혜수는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무언도에 대해 꾸며진 이야기를 받았습니다. 이들로 인해 이동하는 말은 초기의 서사와 연결되어 있지만 차츰 분리됩니다.

 이지윤은 전달받은 이야기의 부분을 확장합니다. 작가는 무언도 설화 속 ‘동지 굿’이 등장하게 된 가설에 주목합니다. 귀신을 부르는 기이한 의식이 묘사된 글을 읽으며 작가는 무언도에 잠시 오간 인간들의 존재에 대해 질문합니다. 이러한 의문은 제의의 주체인 인간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그림자일 수도 있다는 상상으로 이어집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여러 도서 지역을 여행하는 지인들로부터 받은 짧은 영상들을 수집해 하나의 통합된 영상으로 제작합니다. 단편들이 만나 하나의 이야기 세계를 구성하는 것처럼 이지윤의 영상에서는 여러 가설이 모여 새로운 이야기가 도출됩니다.

 무언도는 소나무와 암석으로만 이루어진 삭막한 환경으로 사람들이 오랜 기간 살기 어려운 곳처럼 보입니다. 임아진은 무언도 설화에서 확인한 정보를 바탕으로 현실 세계의 연인이 고립된 섬에 들어오는 과정과 그들이 활동하는 새로운 줄거리를 구상합니다. 황량한 색과 거친 흔적으로 표현된 회화는 무언도의 쓸쓸한 환경을 보여주며 생존하기 어려운 장소가 도리어 도피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무언도 역시 낭만 가득한 피난의 구역은 아니겠지만, 임아진이 그리는 섬은 연인의 세계를 더욱 공고히 만들어줍니다.

 전혜수는 존재하지만 방문할 수 없는 무언도의 비현실성에 주목합니다. 섬의 이러한 특징은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꿈이라는 불확실한 영역에 접근하는 계기로 이어집니다. 작가는 꿈을 매개로 무언도에 들어간다는 설정 하에 설화를 음성 파일로 변환한 다음 반복적으로 청취합니다. 꿈에서 깬 후 희미하게 보였던 물질들은 구체적인 사물로 그려지는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전혜수는 섬에 진입하여 장소를 살피고 수집한 물질을 또렷한 현실의 세계에 배치합니다. 설화로만 추측할 수 있었던 무언도 사물들은 전시 공간의 그림들, 조형물과 작가가 조제한 향으로 구현됩니다.

 《말하지 않는 섬》은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을 텅 비어 있는 죽은 곳으로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 위에 세워진 이야기는 인간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거쳐 또다른 가설을 만들어냈습니다. 생성되는 서사가 멈추는 곳에서 돌아 보았을 때 원래의 것에서부터 얼마나 멀어져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 대신 어딘가에 이 섬이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언제든지 채워질 이야기들로 섬의 미래를 점차 가까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기획 | 강다원(@daoneekang)



작가소개

전사(@zx.trial)

 ‘전사’는 강다원 기획자와 이지윤, 임아진, 전혜수 작가로 구성된 프로젝트 팀입니다. ‘2023 예비예술인 성장지원 플랫폼 화원畵院: 홍연길’을 시작으로 모인 전사 팀은 기획전 ⟪나비, 모모, A⟫(미학관, 서울, 2023)에서 서울 서대문구 홍연길을 서사의 배경으로 설정해 옴니버스 형식으로 제안하는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말하지 않는 섬⟫에서는 각각의 작품들이 독립적으로 나아가는 한편, 충돌되고 교차하는 지점을 설화의 특성과 연결해 탐구합니다. 이야기의 구조가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것이 전사 팀의 목표입니다. 


이지윤(@zz_yy.ff)

 이지윤은 영상의 시퀀스를 반복 재생하며 순환하는 서사 가운데 발생하는 미세한 차이에 주목합니다. 영상에서는 루프(loop)의 조건 하에 만들어진 내러티브가 거듭 제시되며 세세한 작은 구성 단위가 나타납니다. 작가는 평이한 듯 보이는 장면 속 일상의 풍경을 재등장시키며, 사건 사이의 잠재된 균열과 두려움을 찾고자 합니다.


임아진(@azin_lim)

 임아진은 신체, 여성성, 섹슈얼리티를 주요 작업의 소재로 선택하여 이를 회화, 조형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왔습니다. 작가는 본인의 퀴어 정체성을 투영한 ‘나비' 캐릭터를 창작하며 나비가 겪는 여러 과정들을 회화와 조형물로 묘사합니다. 관객을 응시하고 있는 연인의 모습 혹은 자화상 또한 임아진의 회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전혜수(@jeon_hyesoo)

 전혜수는 거주 영역에 관한 소망을 그립니다. 작가는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집을 인터뷰하고 기록을 참고하여 그림을 그리고 오브제를 만듭니다. 사람들이 희망하는 집이 기억 속에 추상적으로 머물러 있었다면 작가는 그것을 구체화합니다. 현재 전혜수는 건축물로서의 집을 넘어 집이 위치한 환경과 안정적인 거주 영역이라 여겨질 수 있는 비물질적 조건들을 작품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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