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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송삼 Aug 18. 2024

관성을 깨고 ‘임팩트’ 있게 일하는 방법

공공기관 퇴사 후 스타트업에서 살아남기

작년 이맘 때 쯤 퇴사했는데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6년 동안 잘 다니던 공공기관을 뒤로 하고 나에게 맞는 환경을 찾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가지 일을 벌였었다.


그 중 올해 가장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던 순간은 바로 지난 3개월, 누틸드*와 함께 일한 경험이었다. 한국의 전통적인 탑다운 조직에서 견고히 쌓였었던 관성을 이겨내고 스타트업이라는 빠르고 유연한 조직에서 무엇을 깨닫고 배웠는지 돌아보고자 한다.

*누틸드: 스타트업과 혁신기업의 조직문화, 채용브랜딩 등 조직 매니지먼트 전반을 돕는 HR 컨설팅 팀


먼저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는지 다시 상기시켜 보고 싶어 누틸드와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간단히 적어보았다.



팬심으로 회사에서 일하기

직장인으로서 내가 정말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를 찾을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운 좋게도 나는 조직문화를 본격적으로 디깅하기 시작하면서 그런 회사를 찾을 수 있었다.


조직문화와 관련해 구글링을 하다 우연히 누틸드의 브런치를 보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대표인 데이나가 누틸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스터디한 사례들을 접할 수 있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이였지만 글로써도 충분히 누틸드가 지향하는 가치와 방향에 공감할 수 있었고, 나아가 이 곳에서 꼭 한번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갖게 되었다. (특히 누틸드 탄생기 2편은 읽을 때 마다 좀 설레는 편)


더불어 나 또한 조직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입장에서 누틸드의 콘텐츠가 너무 좋았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HR분야에 대해 테크나 IT를 다루는 듯 트렌디하면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는 콘텐츠였다. 그래서 누틸드의 인스타에 새로운 콘텐츠가 업로드 될때면 그 속의 인사이트에 감탄하며 내 계정에서도 여러 번 공유를 해왔었다. (팬심 10000%)

누틸드 콘텐츠 공유 후 받았던 답장


그러다 올 3월 쯤 기존에 진행하고 있었던 사이드 프로젝트들이 슬슬 마무리 되어가면서 누틸드 계정에 DM을 보내 같이 일하고 싶다고 플러팅(?)을 했었다.


그 결과 크루분들과 함께 커피챗을 할 수 있었고, 궁금했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다. 이후 콘텐츠 파트너로서 협업을 하기로 했고 그렇게 3개월 간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누틸드에게 먼저 제안한 메시지(좌), 누틸드 조인 후 첫 미팅(우)




모든 일의 시작과 끝, 임팩트 기대치

누틸드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며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배웠지만 가장 큰 한 가지를 꼽자면 바로 ‘프로덕트 마인드셋(Product Mindset)’이다.


HR 또한 하나의 프로덕트(제품)로 생각하고 이를 통해 고객이 느끼는 가치(임팩트)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HR업을 하기 전 PM과 마케팅 등 고객 접점에서 일했던 데이나의 경험이 담긴 부분이기도 하다.


이전 직장에서는 고려해야 할 이해관계자들이 많았다. 정부의 정책기조부터 상급기관, 우리 회사의 경영진, 공공기관 종사자들까지 다양한 입장을 살펴야 했다.


그러다보니 한 타겟에 대해 100%의 결과를 내기 위한 노력보다는 여러 사람이 만족할 만한 60~70%의 결과만을 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일하다가는 정체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이 생겼다.


물론 이 과정을 통해 다양한 입장을 고려하고 관점을 확장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지만, 내가 목표로 하는 고객에게 온전히 집중해 그들에게 의미 있고 가치로운 결과를 내고 싶다는 갈증이 점점 커져갔다. 특히 실적에 한 줄 넣기 위해 자료를 새로 만드는 등의 ‘일을 위한 일’, ‘가짜노동’을 할때마다 이런 생각은 더욱 커졌다.


“이걸 왜 해야하지? 이게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지? 무슨 가치가 있는 거지?”


하지만 지난 3개월 누틸드에서는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고객을 위한 임팩트 있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이 방법에 대해 나름대로 깨달은 내용을 중심으로 나중에 일할 때도 꺼내보고 복습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다.


누틸드의 모든 일은 ‘임팩트 기대치’에서 시작해서 ‘임팩트 기대치’로 끝난다. 처음엔 이 단어 자체가 생소하고 낯설어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크게 와닿지 않았었는데, 이해를 위해 임팩트와 기대치 각각에 대한 의미를 보면 다음과 같다.


✔️임팩트: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새롭게 생성되는 가치나 영향을 뜻함, 행위나 업적의 결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세상에 끼치는 영향을 말

✔️기대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해야할 업무의 목표, 순서, 역할, 완성도 등 모든 것에 대한 합의와 약속(Alignment)
                                                      - 크리스 채, <실리콘밸리에선 어떻게 일하나요>, p.19~20


위 내용을 바탕으로 ‘임팩트 기대치’의 의미를 아래와 같이 정의할 수 있었다.


어떤 일에 대해 새롭게 생성되는 가치나 영향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합의한 것


조금 더 쉽게 생각해보면, 내가 하는 일이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어떤 가치와 의미를 줄 수 있을지 상상해보는 것이다.


내 업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텍스트 코멘터리’ 시리즈를 처음 기획할 때도 해당 콘텐츠의 임팩트 기대치를 세웠었다. 하지만 실제로 업무에서 이를 적용하려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일상생활에서도 뭔가 상상하는 일이 잘 없었는데 업무에서는 이 과정이 더 막연하게 느껴졌었다.


그냥 시작하기에도 바쁜데 왜 임팩트 기대치를 먼저 세우라는 걸까? 데이나는 킥오프 미팅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임팩트 기대치를 세운다는 것은 내 일이 성공했을 때의 모습(Vision)을 그려보는 것과 같은데, 임팩트를 제대로 정하면 이후 필요한 전략이나 기획 방법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고 한다. 


더불어 일을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의사 결정의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일이 끝났을 때 임팩트 기대치 달성 여부를 확인하며 회고와 성찰을 할 수 있는 핵심 도구가 되기도 한단다.


이런 설명을 듣고서도 한창 감을 못잡아서 헤매고 있을 때, 데이나와 함께한 세션이 큰 도움이 되었다. 함께 임팩트 기대치를 설정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때 데이나가 내게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살펴보고, 고객의 입장을 충분히 생각하면서 조금씩 그 방법을 깨달을 수 있었다.


더불어 콘텐츠 크루로 일했던 단이 만들어준 온보딩 키트 문서도 너무 좋았는데, 개념 설명 뿐만 아니라 본인이 업무에 활용했던 레퍼런스들도 함께 첨부해주어서 내가 가는 방향이 헷갈릴 때마다 참고를 많이 했었다.


이런 도움을 바탕으로 내가 효과적인 임팩트 기대치를 설정하기 위해 주로 고민했던 내용은 아래 두 가지 질문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① 내 콘텐츠를 보고 독자가 어떤 경험(느낌이나 생각)을 하면 좋을까?

② 이를 통해 독자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그런데 이 질문도 너무 단편적으로만 생각하게 되면 고객이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매몰될 수 있어 이를 주의해야 한다. 이 부분은 내가 혼자 설정한 임팩트 기대치와 데이나와 함께 수정한 기대치를 비교하면서 알게 되었다.


(비교하기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하자면, 텍스트 코멘터리 시리즈의 대략적인 방향은 누틸드의 유튜브 영상을 기반으로 확장된 내용을 포함해 누틸드를 깊이 있게 알리는 것이었다.)



이 둘을 비교해 보았을 때,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우선 기존에 내가 혼자 설정한 버전은 고객이 콘텐츠를 통해 느끼는 일련의 경험 중 최종적인 단계라는 느낌이 강하다. 고객의 액션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그 행동 직전의 경험에 치우치게 된 것 같다. 이에 데이나는 고객의 경험을 좀 더 세부적으로 쪼개서 우리 콘텐츠를 처음 인식하는 단계부터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주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앞서 말했듯 기존 버전이 고객의 액션에 너무 집중 되어 있다보니 ‘누틸드가’ 무엇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이것에만 매몰되어 오히려 고객이 아닌 공급자 위주의 임팩트 기대치가 되어버렸다. 이 경우 너무 의도가 드러나는 콘텐츠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좋은 레퍼런스를 참고하며, 계속 고객 위주로 생각해보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라는 데이나의 조언이 있었다.


이 비교를 통해 이전에 일하던 방식과의 가장 큰 차이점 또한 바로 알 수 있었다. 회사에서 일을 기획할 때는 보통 처음에 배경과 목적, 필요성 등을 작성하는데, 이를 작성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을 고민하기 보다는 이미 정해진 답을 설득하기 위해 배경과 목적 등을 적절히 맞춰내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일의 결과물은 나의 경험에 한정될 수 밖에 없고, 내 역량의 성장 측면에서도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긴 시간 동안 회사나 상사의 컨펌을 받기 위해 해왔던 방식이 기존 버전의 임팩트 기대치에 잔뜩 묻어 있었다면, 수정된 버전에서는 정말 이 콘텐츠의 임팩트를 내기 위해 깊게 고민한 흔적이 남아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임팩트 기대치는 일하는 과정에서 자꾸 기존 방식대로 행동하려는 나의 관성을 깨고, ‘내가 이런 가치에 기여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상기 시켜주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고객을 위한 임팩트를 낸다는 것

이 과정이 아직 나의 수준에서는 아직도 어렵고, 꽤나 깊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고객의 문제해결과 성공경험이 곧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오히려 심플했고, 몰입해서 일할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이기도 했다.


직장생활하며 보고서에 주야장천 써댔던 ‘고객지향’이란 단어가 무색하게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의 ‘고객 지향’이 무엇인지 체감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앞선 내용을 바탕으로 추후 모든 일의 임팩트 기대치를 설정할 때 내가 중점적으로 고려해볼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임팩트 기대치가 필요한 이유는,

☑️ 일의 ‘확장성’이 달라진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이게 없다면 ‘내가 여기서 뭘 더 할 수 있지?’와 같은 한계로 가능성이 금방 닫히게 된다.

☑️ 결과물이 내 경험의 바운더리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임팩트 기대치 달성을 위해 해낼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간다. 나아가 이를 위한 노력은 나의 역량을 높인다.  

☑️ 회사나 상사에게 컨펌을 받기 위함이 아닌 ‘진짜 임팩트’를 위해 노력하게 된다. 관성적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고객을 위해 어떤 가치에 기여하고 있는지’ 계속 확인할 수 있는 내재적 동기부여가 되고, 결국 ‘내 일’을 한다는 오너십을 만든다.  

☑️ 결과에 대해 임팩트 기대치 달성 여부를 기준으로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회고할 수 있다.


효과적인 임팩트 기대치 설정을 위한 팁으로,

☑️ 결과적인 것부터 생각하지 말고 처음 인식하는 단계에는 어떤 감정이 드는지, 그 이후는 어떤 과정이 있을지 생각해보고 결국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 천천히 쪼개서 생각해보기  

☑️ 위와 반대로, 그 행동의 이유는 뭘까? 왜 이 행동을 했을까? 생각해보기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들을 보고 소비자 입장에서 내가 느낀 것을 생각해보기 (그러면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주어야 할지 좀 더 쉽게 상상해볼 수 있음)  


결국 고객을 위한 임팩트를 만든다는 것은,

☑️ 고객의 이익, 고객으로서 누릴 혜택, 고객이 더 편하고 더 만족할 수준으로 고민하는 것이다.  

☑️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태도이다. 고객의 니즈는 계속 새롭게 생겨나고 변하기 때문에 끊임 없는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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