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진입기_상사의 갑질에 대처하는 자세
회의 시간에 일어났던 일이다. 직원들이 모여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였다. 신입 사원이었던 나도 자연스레 내 의견을 말했는데, 당시 과장이었던 선배가 “네가 뭘 안다고 까불어?”라며 비아냥거렸다. 회의에 참석한 누구에게나 발언권이 있었고, 회의 진행자의 지목을 받아 꺼낸 의견이었다. 내 의견에 대한 지적이나 이견은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모독 같은 선배의 말에 당황스러워진 나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잠시 망설이다가 일단은 참기로 했다. 그러나 퇴근 후에도 선배의 말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그 선배는 평소에도 함부로 말을 하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정중히 사과를 요구했다. 선배가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이 일을 공론화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 다행히 선배는 내 말을 듣고 본인이 경솔했음을 사과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사무실에서 마주친 선배에게 내 말을 잘 받아주어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 후 그 선배는 신입 사원이었던 나를 조금 어려워하는 눈치였지만, 그렇다고 나를 피하거나 따돌리지는 않았다. 지금도 가끔씩 그때의 일이 떠오른다. 그때 선배가 내 사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사의 언어폭력이나 부당한 업무지시 등은 적지 않은 신입사원들이 겪는 고충 중 하나다. 참을 수 있는 수준이라면 그냥 넘길 수 있지만 부당한 일이 반복될 경우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오랜 사회생활을 통해 깨달은 가장 중요한 원칙은 업무 중 갈등 상황에서는 절대 감정을 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대한 정중하게 예의를 지키며 본인의 의견을 표출해야 한다. 대화 당사자들이 흥분하게 되면 대화는 산으로 가게 된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한 후 한 템포 늦춰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좋다.
업무 관련 회의나 대화중일 때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해야 한다. 충분히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야 최상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여기서도 적당한 눈치는 필요하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대화나 회의에서 상사의 의견에 반하는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나도 미숙한 신입 사원 시절에는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반항기 섞인 말로 이야기해본 적도 있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지금은 같은 상황이 일어나면 회의 시간이 지난 후 따로 상사와 대화할 자리를 마련해 의견을 교환한다.
업무의 효율성이나 성과를 높이기 위한 토론은 많은 의견이 모일수록 좋지만, 보수적이고 상하 위계질서가 엄격한 조직일수록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기 어렵다. 업무와 관련한 논쟁에서 그친다면 다행이지만, 지위의 높고 낮음을 악용한 모독이나 성적 차별, 폭행 등도 일어날 수 있다.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면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사과를 이끌어내자. 대화를 통해서도 상대방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때는 상급자나 인사팀을 통해 공론화해야 한다.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또 같은 일을 반복하기 마련이며, 결국 또 다른 피해자를 낳게 된다.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말하기란 쉽지 않다. 상사가 부하의 의견을 수용하기 쉽지 않은 권력의 태생적 한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에 대한 불만사항을 이야기해야 한다면, 그전에 자신이 먼저 회사에서 성실하게 제 몫을 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당당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에게 떳떳해야 한다. 자신 있다면 당당하게 요구하자. 회사에 도움이 되는 직원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묵살하는 회사라면 당신만 짝사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법노트] 상사의 갑질 대처 노하우
비법 1. 우선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 자리에서 바로 맞대응하는 것은 피할 것
: 자칫 흥분한 상태에서 언성이 높아지면 내용의 본질이 가려지고 부하직원의 하극상으로 비칠 수도 있다. 잊지 말자. 당신이 상대해야 하는 대상은 동료가 아닌 상사라는 사실을.
비법 2. 목격자 = 증인을 확보해 둘 것.
: 목격자들은 사태가 심각해질 경우 우군이 되어 줄 수 있다. 물론, 상사가 공공의 적이 아니라면 동료들의 도움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타인에 일에 관여했다가 혹시 모르는 불이익에 대해 걱정하기 때문이다.
비법 3.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문서로 남겨 둘 것.
: 발생한 사안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되 정중한 어투와 몸짓으로 대하자. 폭언이나 괴롭힘 등을 당했다면, 이에 대해 중지해 줄 것을 요구하자. 1차로 구두로 요구하되 요구한 시점과 내용을 기록해두고, 그래도 반영되지 않는다면 이메일로 다시 한번 요구한다. 이메일을 보내면 바보가 아닌 이상 상대방도 의도를 알게 된다. 만약 고쳐지지 않으면 이를 증거로 활용하겠다는 무언의 압박이라는 것을.
비법 4. 최후의 수단: 공론화할 것.
: 여기까지 오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이 여러 번 재발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상사가 변하지 않는다면 마지막 방법은 그 사람을 피하거나 맞서 싸우는 것이다. 물론 이직해서 그 사람과 다시 마주치지 않는 것이 가장 마음 편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않거나 여타 이유로 남기로 했다면 칼을 뽑아야 한다. 단, 당신이 칼을 뽑는 순간 스스로 어느 정도의 출혈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또한 감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론화를 시킨 이후에도 상사와 계속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는 경우다. 고과를 좋게 받을 리 없고, 팀 분위기 또한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공론화를 시키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상사의 상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상사가 팀장이라고 가정하면, 그 위에 임원이 있을 것이다. 임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그러나 이 경우 임원에게 있어 팀원보다 팀장이 가까운 경우가 대부분이라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인사팀과 상의하는 것이다. 인사팀은 조직 내 갈등, 문제 발생 시 해결해야 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는 부서이므로 보다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당신이 받은 상사의 갑질이 누가 들어도 수긍할 수 있는 것들이어야 한다.
마지막 방법은 법적인 조치를 취하거나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의 도움을 얻는 것이다.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급지 법」이 지난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됐다.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사례에 포함된다면 이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최후의 수단을 쓰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직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화려한 학력과 스펙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경력을 잘 관리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성공적인 이직을 한다면, 얼마든지 원하는 직장에서 바라던 일을 할 수 있다는 노하우를 담은 경험기, 잡호퍼(Job Hopper)의 출간 전 연재본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책 소개 링크: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2165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