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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복빛나 Oct 21. 2019

Ep 14. 군대에도 육아가 필요하다

처음 군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순탄치만은 않았다. ‘과연 나는 왜 군인이 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언제나 물음표였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렇게 스스로 찾은 답은 임관과 동시에 내 군생활의 이정표가 되었다. 대한민국 성인 남성이라면 누구나 군대를 거쳐갈 수 밖에 없다. 그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사회로 나가는데 발판이 되기도 하며, 누군가에게는 그 시간이 낭비하는 것 같고, 자신의 창창한 앞날의 발목을 잡는 것 같이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나를 만나고 거쳐 간 사람들이 애국심과 애대심 그리고 나아가 건강한 정신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장황했지만, 요약하면 군 생활하는 그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었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용사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모두 헤아려야 한다는 것이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 어떤 때는 내 스스로가 한심해보이고, 부족해 보이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 같다. 


나에게 아들이 생기고, 군대에 보낸 자식을 가진 부모의 심정을 진심으로 느껴보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양육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각종 프로그램과 관련서적들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말 못해서 눈짓, 손짓, 발짓과 옹알이로 표현하는 아들의 속마음을 읽기위해 노력하는 내 모습이 어쩌면 부대에서 용사들을 지휘하는 지휘관의 마음과 같아야 하지 않을까?’


아들은 오랜만의 목욕놀이가 재밌어서 더 놀고 싶다는 눈빛을 강하게 보내지만, 나는 그 눈빛을 읽었지만, 시계를 보며 자야할 시간이 다가오니 그만 놀아야 한다고 답을 내려버린다.  결국 내가 편하고자 이기적으로 대했다는 생각에 항상 지나면 미안하고 후회된다.


부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용사들도 부모나 친구에게도 말 못할 얘기가 있다. 그렇지만 어떤 식으로든 ‘나의 얘기를 들어주세요’ 라는 시그널을 보낸다. 어떤 때는 그 시그널을 받고서도 지나쳐버릴 때가 있다. 업무나 훈련이 바쁘다는 핑계로 말이다. 결국 내가 편하고자 일방적으로 무시해버린 것이 된다. 


누구나 진심으로 나를 위해줄 때 그 사람은 진심을 느낄 수 있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진심을 다했다면, 결국 그 진심은 마음으로만 느낄 수 있다. 

마음을 울리는 게 진정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말 못하는 아이에게 정성을 다해 진심을 다하기 위해 고군분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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