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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당주민 Dec 23. 2023

7년만에 뉴욕

여전히 춥고 정이 안가는 곳

내가 지금까지 적립한 대한항공 마일리지는 23.12.23일 현재 1,075,391 마일이다.

이중 30% 이상의 지분은 인천과 뉴욕을 왕복하면서 적립된 것 같다. 

그만큼 자주 다녔고 오랜 기간 머물렀는데 이런 경험치고는 뉴욕을 잘 모르는 이상한 사람이다.


뉴욕 특히 타임스퀘어 덕분에 몇 년간은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뉴욕을 잘 모르는 이유는 뉴저지에 있는 법인, 타임스퀘어 현장, 숙소, 롱아일랜드 공장 

동선을 거의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나도 마음이 불안하고 매일 쓸 보고서도 많았고 주말에도 일을 했으니

어디를 돌아다닐 마음의 여유가 한번도 없었다.


날씨가 아주 좋았던 10월 초순 토요일에 센트럴파크에 커피 하나 들고

책을 읽었던 기억 말고는 정말 좋았던 순간이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뉴욕을 이제는 안 갈지 알았는데 운명의 장난인지 또 원하지 않게 뉴욕을 가게 되었다.

뉴욕은 참 가벼운 발걸음을 한번도 허락하지 않는 곳이군.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A380


매번 회사에 출근해서 일하다 오후 4시경 사무실을 나와 저녁 7시 30분 뉴욕행 대한항공을 탑승했었다.

같은 날 저녁에 뉴욕에 도착하면 다음날 아침부터 바로 일하고 돌아오는 날도 하루종일 일하다 거지꼴로

새벽 인천행 대한항공을 탑승해서 또 인천에 새벽에 도착해서 출근을 하는 악순환이었다.


이번 출장은 오전 10시에 출발하는 일정으로 했고 

돌아오는 비행기도 뉴욕에서 12시 출발하는 일정이다. 예전처럼 무리할 이유가 없다.


뉴욕은 파리와 더불어 여성분들이 좋아하는 도시같다. 영화에도 많이 나오고.

크리스마스에 공원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왠지 멋있고 분주하고 뉴욕 한가운데 있으면

영화 속 한 장면이 연출되는 것 같고. 그러지 않을까? 

5th Ave.에 있는 티파니앤코 매장 앞에 서면 오드리 햅번이 생각날 수도 있고.


뉴욕은 한국의 바쁜 도심의 모습도 있고 유럽의 공원의 한가로움도 있고

시대를 앞서나기기도 하고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고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고

금융의 세계 중심지이고 복잡한 다양한 인종의 집합소이기도 하고.



어떤 도시인지 몇가지 키워드로 설명하기 참 어려운 곳이다.


타임스퀘어는 몇년의 정비를 거쳐 인도가 확장되어 예전처럼 인파에 휩쓸려 다니지는 않아도 되고

차량을 엄청나게 일방으로 바꾸어 놓아 짧은 거리는 우버보다는 걷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전히 어디를 가도 사람이 많다. 구석 구석 볼게 많은 곳인데도 몰리는 곳은 몰리게 마련이다.


어디 돌아다니고 싶은 생각은 없다.

Chelsea market 내 ARTECHOUSE에 immersive 전시 - Harry Potter - Sleep no more (2회 관람)

이 순서대로 빨리 일정을 진행하고 한국으로 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Harry Potter는 이제 뭘 막해도 콘텐츠 자체의 힘과 남다른 팬덤 층이 있으니 어떻게든 수익이 나는 구조일 것 같고 이제 media art는 역사적 사명을 다 한 것 같다. 이 돈을 내고 볼 만한 전시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무엇을 봐도 좀 몰입감이 없는건 보고서를 어떻게 써야할지 머리 속이 복잡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도착하는 날 저녁 비몽사몽으로 다음날 좀 괜찮은 컨디션으로 Sleep No More를 봤다.

이게 출장의 본 목적이었는데, 핸드폰 반입이 안되는 공연이고 본 사람마다 각기 다른 해석을 하게 되는

작품이라 20~30대에게는 흥미로운 공연일 수 있는데 과연 40~50대에서 흥미를 끌만한 공연인지는

불분명하다. N차 관람이 필수인 공연이다. 한번 봐서는 공연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한국에서도 곧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의 반응이 참 궁금해 진다.


가면을 쓰고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없으며 핸드폰 반입이 불가하고

배우는 아무 말 없이 몸짓과 각기 다른 방으로 이동하여 다양한 연기를 하는 구조이다.

체력과 순발력이 요구된다. 나에게는 좀 버거운 공연이었다.

그래도 음향, 배우들의 연기 등 연출력은 인정. 맥베스의 고전을 1920년대로 재해석한 스토리텔링도 기가 막히게 완벽하다.

2층 바에서 수준급의 재즈 공연이 열린다. 이것만 봐도 티켓값은 충분히 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수준이 높으니 기대해도 좋겠다. 


아마도 나 혼자 갔으면 타임스퀘어를 굳이 가지 않았을 것인데

같이 갔던 분들이 모두 뉴욕이 처음이라 뉴욕에서 인연이 있는 업체에서 나와

타임스퀘어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관광객 모드의 투어를 시켜주었다.

같이 간 직원은 뉴욕에서 이 시간이 제일 좋았다고 한다. 



숙소에 조식이 엉망이라 하루는 숙소에서 슬슬 걸어 34번가 macy's 백화점 인근 한인타운에서

밥을 먹었고 sleep no more 공연이 끝난 저녁 11시 경에 예전에 자주가던 원조 식당에 가서

불낙전골에 소주를 마셨다. 같이 가신 윗 분께서는 뉴욕에서 먹은 것 중 불낙전골이 가장 맛있다고.

솔직히 나도 그랬다. 이탈리안 2회, 스테이크, 쌀국수, 호텔 조식 중 불낙이 최고였다.

아마도 그날 분위기가 불낙전골에 딱 맞는 날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미국 현지 업체에서 현지인들이 가는 합리적인 스테이크집을 예약해줘서 맛있게 먹었다.

West Side Steak House. 이 집은 추천.



뉴욕까지 왔는데 그래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한편 보자는 의견에 따라

몇 작품을 고민하다 물랑루즈를 선택했는데 결과는 실패다. 주인공 사틴의 이미지는 내가 아는 사틴의 이미지가 아니고 크리스티앙은 잘생기고 생긴건 배역에 딱 맞았는데 연기는 글쎄.. 잘 모르겠다.

2001년 개봉했던 영화를 뛰어넘는 물랑루즈 뮤지컬은 보지 못했다. 

그만큰 영화에서 니콜 키드먼과 이안 맥그리거의 연기가 출중했고 영화의 연출이 완벽했던게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 한번, 뉴욕에서 한번 총 2번 본 결과)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비행시간은 총 15시간 50분. 이 정도면 앵커리지에서 한번 쉬어야 하는게 아닌지.

어휴... 미친 비행.

15시간 54분 비행해서 오기는 했다. 두번 다시 가기 싫다. 


뉴욕에서 최고를 뽑으라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지하 스타벅스R 에서 마신 커피.

엠파이어 스테이트 마이크로블랜딩이 제일 좋았다. 그리고 이곳은 한적하다. 쉬고 싶을 때 꼭 가보시기를.



출장 첫날은 비가 계속 왔고

출장 기간 내내 많이 춥지는 않았는데 난 뉴욕 자체가 그냥 춥게 느껴진다.

특히 빌딩과 빌딩사이에 부는 칼바람. 이게 제일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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