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Don't Fish Don't Exist, Lulu Miller
책의 전부는 아니지만 분류학, 우생학, 분기학 등 분야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난해함에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최근에 '혁신에 대한 모든 것' '세계 정치학 필독서 50'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같은
노트를 하면서 읽어야 하는 책들을 읽고 잠시 쉬어가자는 생각으로 집어 들었는데
이건 뭐 쉬어가는게 아니라 난해함만 가득하니 잠을 자기 전 전 몇 페이지만 읽어도
뇌에서 차라리 잠을 자라는 신호가 전달된다.
(사실 예전에 클래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김호연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 같은 책을
읽으며 책은 읽고 있지만 잠시 쉬어가자는 그런 느낌으로 집어든 책이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영문 제목은 'Why Fish Don't Exist'다.
한글 제목의 번역 또한 'why'의 번역인 '왜'가 들어갔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며 읽었는데
굳이 뺄 이유는 찾지 못한 것 같다. Why가 핵심이 아니었던가?
무엇보다 Why Fish Don't Exist인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까지도 이해를 못했으니
책을 어떻게 읽은 것인가? (결국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정확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주인공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계속 따라가며
그 삶의 끝자락에서 찾아낸 것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분류학, 우생학, 분기학 등의 학문을 제외하고
과학적 개념에서 탈피하여 주인공의 개인적 일화를 엮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대기를
흥미롭게 때로는 추리소설과 같게 또는 수사극의 형태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대를 따라가는 부분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룰루 밀러는 그를 훌륭하게 묘사하다 생각지도 못하게 뒷통수를 치듯 끔직한 모습으로 그리고
이 책 한권이 스탠퍼드대학의 학장이었던 그를 냉정하게 평가 받게 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page 271 이 책이 출간되고 여섯 달 뒤, 스탠퍼드대학과 인디애나대학은 데이비드 스타 조건의 이름이 붙은 건물의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두 학교 모두 학생들과 임직원, 교직원, 졸업생들이 편지와 기사, 온오프라인 시위로 항의한 결과 내려진 결정이다)
아마도 책을 읽은 분들은 분명 핸드폰에서 '데이비드 스타 조던'과 '캐럴 계숙 윤'을 검색해 볼 것이다.
분류학, 우생학, 분기학 같은 학문이 철학, 경제학, 정치학, 경영학과 같은 익숙하지 않을테니.
검색을 꼭 할 것 같다는 것은 작가가 그렇게 의도했다는 것,
궁금증을 자아내고 꼭 검색하고 넘어가게 만든 필력을 높이 살 수 밖에.
이야기했듯 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답을 명확하게 찾지는 못했다.
그저 물고기에 미치고 분류학이라는 학문적 도구를 통해 스탠퍼드 학장의 자리에 오른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관한 칭송이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충격으로 이끌어가는 과정을 생각해 본다.
주인공인 본인의 잘못 (잘못인지 아닌지는 판단이 어렵기는 하다. 남녀 관계란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니까)으로 사랑을 잃고 삶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우연히 만난 '데이비드 스타 조던', 주인공은
혼돈에 맞서 싸우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삶에 매혹되고 그 삶의 추적해 나가기 시작한다.
어릴 적 별을 보고 (이름 중간에 스타가 들어간 것도 그가 별에 매혹되어 이름에 넣은 것이라고 한다)
식물을 탐구하기 즐겼고 분류학자가 되어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면 물고기들을 발견하고 이름을 붙이며
학생들에게 지구의 질서에 대해 강연했다. 여기까지는 아주 선한 영향력의 인간이었다.
그런데 그의 이면에 여러 혼돈들과 지나친 자기기만, 긍정적 착각들은 우리를 전혜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이끌며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다.
본인이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철저히 자기기만적 생각을 퍼트리면 살기 시작한 그때부터.
분명 영향력이 있는 인물은 맞다.
그의 영향력은 너무 폭넓게 퍼져있어 측정하기 매우 어렵고 북미의 체계 어류학자들은 거의 모두 과학적 혹은 지적으로 조던의 후손들이라고 한다.
그런 그는 자기기만으로 자신의 학장 자리를 지키기 위한 이사장을 독살하고 (이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독살의 방식과 근거를 찾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 표본이 될 수 있는 물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도 가리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주인공은 누구보다 존경했던 그에게 큰 실망을 겪게 된다.
무엇보다,
우생학이라는 학문의 힘을 빌려 죄없는 사람들의 몸에 칼을 대고 인간이라는 종의 우열을 가리는 일을
서슴치 않았다.
그럼에도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자기 되에 대한 벌을 받지 않고 상처 하나 입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었고 이런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기에 작가의 제목에서 "왜" "Why"의 단어가 핵심이었음을 그리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를 찾아본다.
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지 다시 물어보면
235페이지에 나온 이야기로 정리해 본다.
이 세상은 우주적 정의의 감각 같은 건 그 까칠하고 무의미한 조직 속 어디에도 새겨져 있지 않을 만큼 야멸차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런 자기기만,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보고 싶다는 욕망이 강한 위험한 인간이 저지른 악행들이 결국 나치의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입증하고 만행을 저지를 수 있는 근거를 제공했다는 점, 인간을 종으로 나누고 용서받지 못할 그의 행동 그리고 그것을 입법화하려는 인간 기만적인 그의 행보와 민낯은 인간이 어떤 삶을 살아하는지 정의는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