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둘째 딸의 초등학교 입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코로나로 학교나 제대로 등교할는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니 책가방도 사고 이것저것 준비하며
아이 또한 너무나 설레여 한다는 걸 느꼈다
남편의 제한이 먼저 들어와 둘째 딸의 방을 만들어
줘야겠다며 놀이방으로 쓰던 방을 정리하기로 한다
솔직히 어릴 적 넉넉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난
내방 이라는 의미를 잘 모르고 6명의 가족들과 생활했던 집엔 방이라곤 2개가 전부였다
그방 마저도 언니 오빠의 공부방으로 써야 했기에 나머지 한방에서 비비며 지내야 했다
반면 남편의 어릴 적은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를 둘 만큼 잘살았고 각자의 방도 존재했었나 보다
첫째 딸도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방을 만들어 줘야 한다 하여 만들어 줬건만 무섭다고 혼자 못 자고
결국 동생들이 있는 방으로 다시 합류했다
그로 인해 방은 필요가 없단 걸 얘기한 후 동생들과 함께 사용하는 공부방이 되었다
그러나 다시 둘째 딸의 방 타령이 시작되었고 기어이 방을 만들어 줘야겠단다
항상 언니한테 밀리고 언니의 쓰던 물건만 물려받는 게 안쓰러워 은연중 "네 방 만들어 줄까?"
말을 꺼내자마자 좋아 죽는 둘째 딸은 그날부터
설레어서 언제 내방 만들어 주냐고 하루에 한 번씩을 묻고 또 묻는다
놀이방으로 사용하던 방이라 장난감들 정리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동이 필요한데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남편에게 알아서 하라며 뒤로 은근히 빠져 버린다
남편의 휴무날 카톡으로의 사진들이 메시지로 왔다
아이들과 놀이방을 정리하며 함께 청소하는 모습들의 사진들이다
어쩜 내가 없어도 척척 잘도 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남편의 컴퓨터 책상 한쪽을 내어서 둘째 딸의 책상으로 붙여 주었다
깨끗해진 방에 자기만의 책상이 있으니 입이 귀에 걸린 사진을 보내온다
큰딸이 공부 가르쳐주는 모습의 동영상까지
정말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 ...우습다
아직 어린아이지만 둘째로 태어나 언니한테 동생한테 치이며 딸처럼 키우셨던 할머니의 병으로 기댈 곳 없어 보이던 둘째가 이젠 제법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며 자존감이 올라가 보인다
나도 어릴 적 언니, 오빠 , 동생에 끼인 셋째였는데
뻔히 아는 그 마음을 왜 헤아려 주지 못했을까 싶다
현재의 상황을 알면서도 둘째 먼저 챙겨 주지 못했던 그 모든 일들이 어릴 적 우리 부모님도 마음처럼 나를 챙겨 주시지 못한 거였구나
지나고 보면 더욱 제대로 또렷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