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미경 님의 마흔 수업이 인기여서
남편에게 사달라 했다
“읽어 보지도 않고?”
“어 나 이 책만큼은 새책으로 읽고 싶어!”
독서를 꾸준히 하려고 남편 거 내 거
도서카드 2장을 각각 만들어서
바쁘거나 게을러서 읽지 못해
늦게 반납을 하면 당분간 대여를 하지 못할 때
그때 남편의 도서카드로 돌려 막기를 한다
남편의 돌아온 대답은
“근데”
“읽어 보지도 않고...”
내 평생 처음으로 책을 산다는데 아니
모든 걸 통틀어 별로 사고 싶은 게 없는
물욕 없는 사람인 걸 알 텐데
돌아오는 대답이 겨우 이거?...
화가 나고 서운하고 복잡한 감정이다
남편은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며 주문 후
몇 장 읽지도 않고 새책 그대로 나에게로
넘긴 적이 있다
물론 부동산 도서는 나와 맞지 않아 어디 구석에
얌전히 있다
화가 나서 예전말을 뱉어 버린 후
서로 싸움이 되고 말았다
본인이 예전 일이 있었기에 남편은 좀 더
신중히 하려고
나에게 그런 질문을 던진 건 잘 안다
그렇지만 내 입장에서는 다른 것도 아니고 책이 읽고 싶고 소장까지 하고 싶어서 말을 꺼냈는데
‘그래 네가 그러고 싶으면 그래 사줄게’
이 말이 듣고 싶었던 거다
묻지도 더 이상 따지지도 안고 그 한마디
어릴 때 아빠에게 문제집이건 학용품을 사려고
돈을 달라하면
“전에 샀잖아 또사!? “
4남매에다 벌이도 변변찮은 아빠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기란 쉽지 않았다
돈 얘기를 해야 할 때면 버들버들 떨어가며
아빠 앞에 나서야 했다
남편과 아빠의 닮은 구석이다
워낙 꼼꼼한 성격의 남편은 언제나 비교하고
따져가며 소비를 해서 하는 소린데
이번만큼은 그렇게 하지 않길 바란 내가
양면의 색종이를 잘라내려 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