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시간이 있어서 아이들 학교 간 사이에 집 근처 영화관에서 요즘 핫한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왔다. 클립 영상으로도 많이 보이는데,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 궁금하고 보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남편이 흔쾌히 오전에 다녀오라고 해줘서 가게 되었다.
역사 속의 단종 이야기는 매우 비극적인 결말임을 알기에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보았다. 너무 슬픈 장면이, 너무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건 아닐까.. 걱정하면서 말이다. 나이가 드니, 너무 슬프거나, 너무 잔인하거나 자극적인 영화는 별로 보고 싶지 않다. 그저 잔잔하고 유쾌하고 감동이 있는 영화가 더 끌리고 여운이 남는 것 같다.
영화관에 혼자 가는 게 정말 오랜만이다. 혹시나 학기 초 아이들 학교에서 전화가 오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도 내려놓고 나를 위한 시간을 온전히 즐기자고 생각했다. 그러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설레기도 했다.
앞에도 말했지만, '왕과 사는 남자'의 결말을 알기에 웃고 있는 영화 속 사람들의 모습마저도 처연하고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었다. 곧 이어 올 슬픈 장면들이 생각나서 조마조마한 마음도 들었다.
어린 나이에 자신을 보호하고 사랑해 줄 가족들을 모두 잃고, 언제 죽을 지 모르는 풍전등화 같은 자신의 운명을 오롯이 혼자 견뎌내야 했을 어린 단종. 왠지 모를 짠함과 슬픔, 안쓰러움과 울컥함이 복합적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올라왔다. 나도 엄마의 입장이다 보니, 어린 단종이 더 안쓰러워보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극 중 매화를 연기한 전미도 배우님도 아마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지켜주고 싶고, 보호해 주고 싶은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말이다.
권력이란 무엇일까. 사람의 욕심이란 무엇일까. 사람은 악한 존재로 태어난 걸까. 왜 그런 비극적인 장면들이 역사 가운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마음 속에는 따듯함이 존재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는 선함과 의연함 또한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로 인해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지속되어 오고 있으며, 그렇기에 우리 아이들이 사는 미래는 분명 살 만한 세상일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다시한번 나부터 '좋은 어른'이 되어야겠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좋은 어른이 되어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뒷모습과 발걸음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