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맞춘 세부 확장 구성
기본편에서 다룬 72시간 가방은 ‘모든 상황에 어느 정도 대응 가능한 평균적 형태의 생존 세트’였다.
하지만 생존은 결코 평균적이지 않다.
기후, 계절, 지역, 가족 구성, 이동수단, 개인의 체력과 심리적 내성 등,
이 모든 변수들이 다르면, 같은 “72시간”이라도 전혀 다른 요구조건이 된다.
생존 배낭을 세팅하는 것은 ‘한 개의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당신이 처한 현실에 맞춰 조정할 수 있는 생존 시스템”을 만드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즉, 이번 편의 목표는 ‘가방을 꾸리는 법’이 아니라
‘가방을 설계하고 조정하는 사고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72시간 가방을 논할 때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은 “재난의 유형”이다.
어떤 위기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지에 따라
우선순위, 중량, 구성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도시는 편리하지만 동시에 가장 불안정하다.
초고층 밀집 구조, 복잡한 교통망, 인구 밀도, 전력 의존도—이 네 가지 요소가 동시에 무너지면 도시는 순식간에 ‘거대한 미로’가 된다.
주요 위협:
초고층 건물 화재
대규모 정전으로 인한 통신 두절
시위·폭력사태로 인한 이동 제한
지하철·도로 마비
주요 구성품:
N95 / KF94 마스크 : 연기·먼지·가스 입자 차단용
헤드랜턴 + 예비 배터리 : 정전 시 양손 자유 확보
휴대용 보조배터리 (1~2만 mAh) : 통신 생명선 확보
교통카드 + 현금 소액 (₩5,000~₩10,000권 중심)
지도(지하철 포함) : GPS가 먹통일 때의 방향 감각 대체
경량 구호식 / 에너지바 / 물 500ml×2
작은 멀티툴 + 라이터 + 비상호루라기
특징과 전략:
“가벼움”이 생존을 결정한다.
출퇴근용 가방, 사무실 서랍, 차량 트렁크 중 한 곳에 상시 배치.
외형은 평범해야 한다. 검정색 백팩, 사무용 토트 등.
목표는 피난이 아니라 귀가 혹은 안전지역으로의 이동이다.
자연은 단 한 번의 폭우나 진동으로 모든 인프라를 마비시킨다.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에서는, 물과 온도가 생존의 핵심이 된다.
주요 위협:
태풍, 홍수, 폭우로 인한 침수
지진으로 인한 구조물 붕괴
산사태, 폭설 등 접근로 차단
주요 구성품:
방수팩 / 드라이백 : 전자기기·문서 보호용
포충제 / 자외선 차단제 : 여름철 감염·피부보호
방수의류 / 레인포초 : 체온유지 + 오염 회피
휴대용 정수 필터 (소형 병형) : 수원 오염 대비
응급의약품 : 소독티슈, 진통제, 지혈제, 멀미약 포함
열보존 담요 (은박담요) : 체온 유지용
건전지식 라이트 : 충전 불가 상황 대비
건조식량 / 고열량 식품 : 장기 보존 가능
특징과 전략:
가방 자체가 방수 기능을 가져야 한다.
내부 포장은 이중 방수팩 구조로 나눠서 물과 전기, 식량 구역 분리.
이동 중 젖은 상태에서도 꺼낼 수 있는 “빠른 접근 포켓” 확보.
비상 대피소 접근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단독 생존 3일분 기준으로 준비한다.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생존 가방.
군사적 충돌, 물자 통제, 사회 붕괴 등의 상황에서는 “살아남는다”보다 “탈출한다”가 목적이다.
주요 구성품:
필터형 방독면 or CBRN 필터 마스크(통상 '민방위 방독면' 이상 급을 추천한다. 이베이에서 엉뚱한 동구권 방독면 등을 치장용으로 사는 행위는 지양할 것)
휴대용 라디오 (수동 충전형) : 정보 단절 방지
위생 세트 (물티슈, 비누, 여성용품, 손소독제)
여분 속옷 + 양말 2세트 : 위생은 체력이다
경량 침낭 / 방수포 : 장기 은신 대비
달러 현금 / 귀금속 소액 단위 : 통화 마비 대비
신분증 복사본 + 긴급 연락처 + 혈액형 카드
특징과 전략:
가방은 어두운 색상, 외부 브랜드 최소화 — ‘눈에 띄지 않는’ 은닉형.
중량보다 조용한 이동성, 은폐성이 우선.
식량보다 물 확보 수단 + 에너지 보충식이 더 중요.
목표는 ‘적응’이 아니라 ‘이탈’이다.
가족 단위 생존은 “한 사람의 체력”보다 “공유 자원의 효율성”이 핵심이다.
모든 것을 한 가방에 담기보다는 ‘대형 공용 가방 + 개인별 소형팩’으로 분산한다.
필수 항목:
유아용 분유, 기저귀, 아동용 담요
노약자용 복용약, 혈압약, 인슐린 등
반려동물용 식량, 휴대 급수기, 배변패드
가족 단위 위생용품 (칫솔, 비누, 물티슈 대형팩)
개인 식기, 컵, 휴대용 버너(공용 1세트)
운용 원칙:
가벼운 소형 가방은 각자 착용,
무거운 공용품은 부모 또는 차량에 배치.
가족 중 누가 없더라도 각자 최소 24시간은 독립적으로 생존 가능해야 한다.
단독 생존자는 장비보다 운용 능력이 생존을 결정한다.
이 가방의 핵심은 “한 물건으로 두 가지 이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이다.
예시:
금속 수저 → 병따개·간이 드라이버로 대체 사용
파라코드 → 붕대, 신발끈, 부목 고정용
담요 → 은신막, 방수포, 들것 대체 가능
멀티툴 → 칼, 드라이버, 병따개, 집게 통합
전략:
‘무엇을 더 넣을까’가 아니라 ‘무엇을 줄일 수 있을까’를 기준으로 점검.
매 분기마다 실제 사용 테스트 후 재구성.
가방 무게는 6kg 이하 유지, 이동 반경 20km 기준 설계.
차량은 현대인의 가장 강력한 생존 베이스캠프다.
하지만 동시에, 고온·저온·충격이라는 까다로운 환경을 견뎌야 한다.
주요 구성품:
점프스타터 / 배터리 / 시거잭 충전기
소형 공구세트 / 렌치 / 절단기 / 견인줄
소형 삽 / 장갑 / 비상 조명봉 / 반사 조끼
차량용 담요 / 수분 식량 / 휴대 화장백
지도 / 현금 / 휴대 라디오 / 1인용 침낭
운용 전략:
가방은 차 안에서 쉽게 꺼낼 수 있는 위치(운전석 뒤)
폭염 대비: 가연물(배터리, 가스버너)은 단열백 보관
혹한 대비: 핫팩, 여분 의류, 워셔액, 체인 추가
장비보다 ‘기능적 지속성’ — 배터리 점검, 식량 교체 주기 필수
방한장갑, 보온 모자, 발열 내의, 열팩, 고열량 식품, 기름형 라이터
체온 유지가 곧 생존이다.
냉기 차단용 은박 시트는 바닥 단열에도 사용 가능.
식량은 “뜨거운 물 없이도 먹을 수 있는” 형태로 구성.
포충제, 자외선 차단제, 경량 모자, 전해질 보충제, 소형 선풍기
수분 손실 방지용 소금정 또는 이온음료 파우더
열사병 예방을 위해 어두운색 가방 대신 밝은 톤 권장.
물티슈와 비닐백을 함께 보관 — 즉석 쿨링 시트로 전환 가능.
“기본 + 계절 모듈” 구조
계절이 바뀔 때마다 모듈만 교체 → 낭비 없이 유지
예: 기본 모듈: 식량, 물, 응급, 도구 동계 모듈: 방한의류, 핫팩 하계 모듈: 자외선 차단, 냉각용품
심화 단계의 핵심은 모듈화(Modularity)다.
가방 전체를 갈아엎을 필요 없이, ‘필요한 기능만 교체하는 구조’를 만든다.
기본 4모듈 체계: 위생, 식량, 도구, 의류
-위생 모듈의 경우
세면도구, 수건, 소독티슈, 위생팩, 부부킷
감염 방지 및 질병의 초기 진화가 핵심
-식량 모듈의 경우
건조식, 물, 정수정제, 조리용품
72시간 버티기 단위
-도구 모듈의 경우
칼, 라이터, 라이트, 멀티툴, 로프
생존활동 중심
-의류 모듈의 경우
속옷, 양말, 보온의류
체온 유지 중심
- 확장 모듈 (선택형)으로 추가하면 좋은 모듈 세팅
통신 모듈 (보조배터리, 라디오, 충전선)
부부킷에서 더 나아간 응급 모듈 (의약품, 붕대, 진통제, 생리용품)
은신 모듈 (포승줄, 방수포, 캠프 시트)
장점:
유지·보수 용이, 빠른 점검 가능
계절·상황 전환 시 모듈 교체만으로 즉시 대응
가족 단위로 분업 보관 가능
생존가방의 본질은 ‘물건의 나열’이 아니다.
그건 당신의 생활, 환경, 신체, 그리고 가족의 형태를 반영한 하나의 시스템이다.
누군가는 도심 빌딩에서 정전과 단수에 대비해야 하고,
누군가는 산자락 아래에서 폭우와 산사태를 염려해야 한다.
또 누군가는 국경 인근에서 전쟁·피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산다.
그렇기에 이 심화편의 목표는 단순히 “더 좋은 물건을 넣자”가 아니라,
“나의 현실에 맞는 구조를 스스로 설계하는 능력”을 만드는 것이다.
생존이란 결국 준비된 자의 우연이다.
그리고 그 준비의 시작은, 바로 당신의 72시간 가방을 ‘나답게’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