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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k Nov 12. 2024

<파견일기 8> 시험 전날 풍경

2015.12.9.

춥다.

12월이다.

벌써.


내일은 기말고사다.

난 혼자서 5과목의 시험문제지와 답안지를 만들었고 ㅠㅠ

시험범위 진도 나가랴,

시험준비 시험 치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었는데

아이들은 천하태평이다.

선생인 나 혼자 똥줄탄다.

"얘들아, 이건 중요해. "하며 설명해도

딴 생각 1명, 딴 짓 1명,

설명도 잘듣고 대답도 잘하지만(입모양)

목소리를 내지 않는 1명....

모두 세 명.

원맨쇼하는 기분이다.

이것들이, 내일이 시험인데,

왜 저 선생이 저렇게 열불내는지 속도 모른다.


시골 아이들이라

도시의 아이들과 사뭇 다르다.

숙제를 안 해 온 아이가

요즘에 감 따느라 너무 바쁘다는 말에

숙제를 내줄 수가 없다.

동생도 돌봐야 하고,

집안 일도 해야하는 아이는

시험 준비를 따로 할 여유가 없다.

운동회에 이어 학예회하는 날 풀 죽은 ㄱㅇ이 할아버지께

형편되면 잠깐 나오시라고 전화했는데

"아이고 슨생님, 지금 내 감나무 위에 있습니데이~~"

하시며

ㄱㅇ이 다독여주라시는 할아버지 말씀에

더 엄마의 마음으로 봐 주고 싶은데

이것들은 빡센 일정에 울기 직전이다.


아이고. 모르겠다.

불꽃같은 눈으로 감독하고,

공정하게 기회를 주기 위해

엄격하게 감독했던 도시학교에서의 습관이

나를 이토록 애타게 한다.

나는 내일

시험 감독하다

홧김에 힌트를 줄지도 모를 지경이다.


그나저나

내일 우리 아들도 기말고사인데. ㅎㅎㅎ

오늘 하교하자마자 동생들과 신 나게 놀고

집에 와서는

"내일이 기말고사라서 숙제를 내일 해도 돼요"

하며

주구장창 놀고 있다.

티비도 보고

지금은 만화책 본다.

ㅎㅎㅎㅎㅎ

난 집에서는 업무보지 않는다.

ㅎㅎㅎㅎㅎㅎ

불끄고 자자.

나도 이제 퇴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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