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하 변호사의 디보스 오딧세이 (1)
좋은 작별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듯이 좋은 이혼이라는 것도 참 있기 어렵습니다. 비록 두 사람이 사랑과 애정으로 만나서 결혼을 했을지라도, 헤어질 때에는 서로의 조건을 (어쩌면 만날 때보다 더) 치밀하게 살펴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이혼입니다. 더구나 합의가 아닌 재판으로 이혼을 하게 되면 여러 건의 소송을 한꺼번에 하는 경우가 많아(법적으로는 이혼,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권 및 양육비, 면접교섭 등이 법적인 개념으로는 모두 별개의 소송물입니다) 이혼 재판은 복잡하고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살을 맞대고 함께 살았던 사람과 재판으로 헤어지는 것인만큼 감정적인 소모도 엄청납니다. 소위 '진흙탕 사건'이라고들 많이 말하지요.
그래서 저는 사건을 맡겨주시는 의뢰인분들께 사건 시작 시에 거의 매번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선생님, 이혼 소송은 누가 이기는지 아세요?"
"돈 많은 사람이 이기나요? 좋은 변호사를 쓰면 이기나요?"
"아뇨, 선생님, 이혼 소송은 멘탈이 강한 사람이 이겨요."
"어떻게 그런가요?"
이혼 소송은 특유의 절차가 많아서 다른 민사사건보다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아요. 단거리 경주라면 돈많은 사람이 이길 수도 있겠지만, 사건을 하다보면 처음에는 힘과 에너지가 넘쳤던 분들도 후반부에는 멘탈이 무너지거나 평정심을 잃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경우 결국 멘탈이 강한 사람에게 밀릴 수 밖에 없는 거예요.
이렇게 말씀드려도 사건 초반에는 알 듯 모를 듯 한 표정을 지으시곤 하는데요, 사건이 진행되면 될수록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지십니다.
특히 자녀분들을 키우시면서 이혼 사건을 진행하시는 분들은 멘탈 관리가 더욱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예민해서 보호자가 우울한지, 기쁜지, 안정되어 있는지, 불안한지 금세 알아채곤 하지요. 사건을 하면서 아이를 데리고 있는 보호자가 신경질과 짜증, 우울감에 잠식을 당한다면 그러한 감정은 금세 아이에게 전이될 수 밖에 없고, 상대방(비양육친)에게 공격당할 빌미를 주게 될 뿐입니다.
때문에 저는 의뢰인분들께 때로는 "선생님 그냥 남의 일처럼 생각하시는 것도 방법이예요"라는 말씀도 드리곤 합니다. 내 인생이 달린 소송인데 어떻게 남의 일처럼 생각할 수가 있겠냐고요? 물론 그 말씀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말인 즉슨 "(마치 영화나 연극을 관람하듯)사건을 객관적으로 떨어져서 보는 것도 방법이다" 라는 것이죠. 까다로운 문제일 수록 심리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법이기에 그러합니다.
실제로 사건을 진행하다보면, 재판 기일 며칠 전부터 계속 사무실에 연락을 하면서 전전긍긍하고 불안감을 호소하시는 의뢰인 분들도 계시는 반면, 재판 기일 며칠 전에 미리 연락을 드려도 전화 조차 잘 안 받으시다가 뒤늦게 연락이 되서 "아 내일이 재판이었죠?"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도 실제로 계십니다. 그런데 재판의 결과를 보면 후자 쪽의 분들이 딱히 전자보다 결과가 나쁘지도 않다는, 아니 오히려 더 좋은 경우도 많다는 것이 흥미로운 임상(?)의 예라고 하겠습니다. 아마 그 이유를 추측해 본다면, 심란한 일이 있더라도 일상생활을 평온하게 영위하는 지혜를 터득하신 분들이 사건을 임할 때도 평정심을 찾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이혼과 소송은 괴롭지만, 일상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Life must go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