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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onto Jay Jul 17. 2024

대한민국 최고의 점집 후기 2

 2년 반, 삼천 명을 넘어 드디어 만나다.




                            겸손의 탈을 쓴 어린양



딱!

위의 어린아이처럼  

"그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손을 모으고 양눈을 질끈 감고.


혹시

"앞으로 더 힘든 일이 일어날 거다!"란 얘기를 들어도 받아들이기로 다짐하면서.


나는 한 마리 어린양이 되어

기도하듯 그분을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오피스텔 상담실 밖으로는

대한민국서 가장 번화하다는

도심 "강남"이

내 눈아래에 흐르고 있었고,


저마다의 풀리지 않는 사연을 가진

"불쌍한 서울사람들"이

내 눈밑에, 아니 발아래 있었다.


내가 그 당시 강남 한복판을 내려다보며

"불쌍한"이란 단어를 되뇐 이유는 이거였다.


"너네가 여기 앉으려면 이 년 반이 걸리는 거야..."


흔히 서울사람들이 말하는

"시골, 촌"출신인 내가,


감히 서울 사람들,


그것도 가장 잘 사는

소위 "있는"사람들만 모여있다는

강남 한복판 오피스텔 안에서

"선택된 자"가 되어

그들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믿...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 보는 감정.


바로 "선택되어진 자"의 오만이

머리끝부터 발바닥까지

10만 볼트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짜릿했다.


자세는 공손하고 얌전하며

전에 없던 겸손도 우러러 나왔으나,


한편으로는

선택되어 이렇게 앉아 있는 "나"를 생각하면

자랑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2년 반, 3000여 명의 기다림을 뚫고


그분을 영접했다.




                             그. 분의 용안을 뵈었다.


딱 이랬다


위 도사님 사진에서

흰 눈썹과 콧수염, 턱수염을 지워보자.

한복과 목에 걸린 염주를 없애보자.

고무신과 지팡이를 가려보자.


딱 이분이 그렇게 생기셨다.


커다란 풍채에 머리카락 하나 없는 둥글고 큰 얼굴. 그리고 장비와 같은 당당한 풍채와 목소리!


내가 그리고 상상했던 "그. 분"과

단 1%의 차이도 없이

똑. 같. .다.


떨리는 목소리로 나의 사주를 불러드리고

만세력을 통해

나의 사주 여덟 글자를 훑고 있는 동안

나의 손은

테이블 옆 두루마리 화장지를 더듬어 찾고 있었다.


그랬다.


들려오던 그 풍문처럼

나의 모든 지난 일들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맞히며

내 인생을 나보다 더 낱낱이 이야기해 줄 그분의 "옥음"을 들으며

나는 "눈물"을 흘릴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다.



          무하마드 알리의 펀치가 내 뒤통수를 때리다


나비처럼 날아와 벌처럼 쏜다는 무하마드 알리.


나는 마치 알리의 펀치처럼

날아온 그분의 한마디에

"KO"됐다.


공이 울리고 15라운드 풀 접전을 예상했던 나다.


하지만 공이 울리고 단 10초 만에

나는 더 이상 일어날 힘도 의지도 찾을 수 없었다.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울부짖고 싶었다.

정말 그 화장지가 필요했다.

엉엉 울고 싶었다.


아니

그냥 알리에게 한 대 맞고 쓰러진

링 위의 저 선수처럼 그냥 눈을 감고

이 경기를 빨리 끝내고 싶었다.


"이럴 수는 없었던 거다."


나의 2년 6개월이,

3000여 명을 헤치며 기다렸던

그 간절함이,


괴롭고 힘들 때 두 눈을 감고

이. 분을 만나기 위해 참고 인내하던


나의 기나긴 기다림과 고통의 시간들이

마치 흑백 사진처럼 지나갔다.



                   내가 아는 "나", 당신이 다 안다는 "나"

                               누가 진짜란 말인가?


내가 아는 나는 이랬다.


세상에 모터 안 달린 "탈것"을 가장 혐오한다.


30미터 이상은 걷는 것을 두려워한다.


등산을 가지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가야 할 때는

산 넘어 도착지에 버스를 타고 가서는

막걸리를 마시며 기다린다.


버스 반정거장 정도의 목적지를 갈 때는

걷는 거리가 같더라도

버스 한 정거장 타고 가서

반정거장 걸어 내려오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2층에 서지 않는 엘리베이터는

삼층까지 타고 갔다가 걸어 내려온다.


야구는 지가 치고 지가 살라고 냅다

죽을힘을 다해 뛰는 게 안쓰럽고,


골프는 하는 사람 가까이가 아니라

저~멀리 보 내놓고 그거 찾으러 걸어가는 게

절대 이해되지 않았으며,


축구는 내공 빼앗으려 그 많은 몸 좋은 사람들이 달려드는 게 무서웠고

또한 이해되지 않았다.


이게 내가 아는 "나"였다.


아니, 50여 년 이상 봐왔던

가족을 비롯한 나를 아는 사람들의 "나"였다.


단. 한 가지


언듯 보아선

참 운동 좋아하고 잘하게 신체구조가 만들어지긴 했다.


키가 일반인 평균보다 크고

팔다리가 유난히 길고 배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잘난 척 조금 하면 비율이 좋았다.


그래서 참 운동 잘하게 생긴 건 맞다.


하지만 난 말 그대로 운동엔 소질이 아예 없고.

무엇보다 좋아하지 않는다.


야구는 딱 1시간 반,

축구도 전후반 20분씩 해서

결과가 빨리나 오는 게 좋다고

아직도 생각하는 사람이고

하는 건 물론

보는 것조차 즐기지 않는다.


이게 내가 아는 "나"다.



      "나"를 쓰러뜨린 알리의 펀치 같은 당신의 한마디.



이렇게...


아니면 요롷게...



이렇던지...


이랬어야 한다는 도사님의 한마디...


이 년 반 3000명의 고개를 넘어온 나에게

도사님은 이렇게 말했다.


운동 좋아하죠? 운동 많이 했죠?


그러면서 하는 첫.마.디

조금만 노력했으면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되었을 사주인데...



두 손 모으고 있던 나는


이렇게....


그리고 요롷게...

결국 이런 모습으로...



무너질 수 밖에는 없었다.




                                          타타타


그 뒤 삼십여분

그 도사님의 우렁찬 목소리는

저~멀리 건넛집 담장 아래

윙윙거리는 모기소리처럼 아련해졌고.


내 눈의 초점은 흐려졌으며


양발과 손은 물에 젖은 솜이불처럼 축 늘어져버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했다는

두루마리 화장지는 필요치 않았고.


그저 내 머릿속엔

강남 한복판서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만이 맴돌았다.


택시를 타는 건

지난 2년 반.

 

내 기다림의 헛수고에 대한

사치일 거라 생각했다.


"걸어가야지..."


"에구 이놈아..."


"걸어가야지 멀타..."


"멀타 돈 주고 멀타..."


"운동을 했어야 한다잖아..."


도사님이....


어떻게 나왔는지

어떻게 청주까지 도착했는지 나는 모른다.


그저 이 노래만 끊임없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 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2014년 여름.
강남의 공기는 나에게는 무척이나  비싸게 후텁지근했다



PS

그렇다고 내가 최고의 점집을 찾는 여정을 멈췄을까?

아니!!!
절대 아니었다.

더욱더 집착은 강해졌고 어딘가 있을 "그분"을향한 갈증은 더 강해져만 갔다

그러던 중 찾은,
 진짜일 수도 있다는 강한 믿음을 주는
진짜 도사님일지도 모르는 한 분을 만났으니

그분 존함은 ●●선사님!!!

그분 이야기를 다음 편에 풀어놓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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