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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만두만 남긴 다이어트 실패기

그래도 갈비만두는 맛있었다

by 글굽는 제빵사



뜨악

이거, 내 몸무게 맞아?

‘00’이라고 선명히 찍힌 숫자를 보자, 그만 울고 싶어졌다.
최근에 열심히 운동하면서 바지가 좀 헐렁해졌길래 한동안 마음 놓고 먹었던 게 화근이었다. ‘진작 신경 좀 쓸걸.’ 후회가 됐다.
몸무게는 왜 조금만 방심해도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걸까.

별수 없다. 오늘부터 저녁은 샐러드다.
다이어트를 선포했다. 늘어진 배를 원상복구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에 들어가기로 했다. 점심도 되도록이면 기름지거나 인스턴트는 피하기로 했다. 정제 탄수화물도 줄이기로 했다.

아침은 계획대로 밥을 챙겨 먹었다. (원래는 아침을 간단히 먹는 편이지만, 점심에 과식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다.)

그리고, 드디어 점심시간.
주로 점심은 빵이나 햄버거처럼 고열량 덩어리를 즐겨왔던 나는, 정오가 되자 어김없이 파블로프의 개처럼 빵 생각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안 될 일이다. 다이어트 첫날부터 무너질 순 없다.


일단 고구마를 구웠다.
고구마를 먹고 나면 허기진 배가 어느 정도 채워질 테고, 그럼 몹쓸 빵 생각도 어느 정도 잠잠해질 것이다.
더군다나 고구마는 포만감의 대가가 아닌가.

하지만… 역시, 그건 나의 얄팍한 착각이었다.
내 거대한 배포가 고구마 하나에 만족할 리 없지…

결국 배고픔을 참다 못해 냉장고를 열어젖혔다.
먹음직스러운 나의 충신, 고열량 덩어리, 다이어트의 적, 내 사랑 갈비만두가 나를 보며 싱긋 웃고 있었다.
사실 빵을 먹고 싶었지만, 다이어트를 위해 집에 있는 빵은 모조리 치워버린 후였다.


만두소가 꽉찬 갈비만두



굶주린 사자는 정신없이 홀린 듯 만두를 프라이팬에 아낌없이 올렸다.
촥촥촥, 기름에 구워지는 만두 소리가 리드미컬한 음악처럼 마음을 뒤흔들었다.
탁탁탁탁 구워지는 소리도 감칠맛 나는 내 사랑, 만두.

결국 나는 오늘도 고열량, 고탄수화물. 다이어트와의 밀당에서 깔끔하게 지고 말았다.
바삭바삭, 풍미 폭발하는 만두 앞에 나의 이성은 장렬히 전사했다.
정신없이 만두 한 접시를 드링킹하듯 흡입하고 나니, 후회가 물밀듯 밀려왔지만 어쩌겠는가.
인생이란 원래 그런 거다.

어쨌든 다이어트는 나를 배신했지만, 만두는 남아서 나의 뱃살에 힘을 보탤 테니, 이 또한 즐거운 점심이지 아니한가.



그나저나, 비비고 갈비만두 정말 아찔하게 맛있다.
만두소는 고기로 꽉 차 있고, 고추기름이 들어가서 많이 먹어도 느끼하지 않다.
감칠맛도 훌륭하다. 피가 살짝 두꺼운 편이지만, 속이 실해서 과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만두 러버로서 감히 추천하고 싶다.

다이어트와의 밀당은 실패했지만, 그래도 만두는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
맛있게 먹었고,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았으니, 그것만으로도 괜찮은 하루다.
내일은 또, 내일의 고구마가 기다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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