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아침에 눈을 뜨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이유는 없다. 그냥 마음이 무겁다. 해야 할 일들은 산처럼 쌓여 있고, 해야 할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은 더 없다.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어제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에 숨이 막히는 날이 있다.
그럴 때 나는 아주 작은 약속을 나 자신과 한다. 그 누구와도 아닌, 오직 나를 위한 약속. 하루를 통째로 바꾸겠다는 다짐도, 내 삶을 뒤흔드는 결심도 아니다. 그냥 오늘 하루를 조금 더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따뜻한 한 문장.
“오늘은 커피를 천천히 마시기.” “점심시간에 잠깐이라도 햇빛 쬐기.” “잠들기 전 나를 다독이는 말 한마디 해주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약속 하나가 어떤 날엔 버팀목이 된다.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아니라, 나를 살펴주는 태도에서 비롯된 다짐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점점 빠르고 복잡해지고, 사람들은 점점 바빠진다. 그렇게 바쁨 속에서 놓치기 쉬운 존재가 바로 ‘나 자신’이다.
예전엔 효율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할 일을 미리 정리해두고, 계획에 맞춰 움직이며, 목표에 도달했을 때 성취감을 느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방식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계획을 지키지 못하면 자책했고, 하루하루가 실패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방식을 바꿨다. 결과보다 나의 상태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그리고 ‘매일 하나씩, 나만의 작은 약속’을 시작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그건 세상을 향한 약속이 아니라, 마음을 다독이기 위한 내 안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번, 나와 대화를 나눈다. 오늘 어떤 기분인지,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했는지, 무엇을 하면 조금 더 괜찮아질 수 있을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그 답으로 아주 소박한 목표 하나를 정한다. 꼭 해야 하는 일이라기보단, 해주고 싶은 일. 그게 오늘 하루를 살아낼 힘이 된다.
물론 매일 실천하지는 못한다. 잊어버릴 때도 있고, 귀찮아서 넘길 때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마음을 품고 사는 것만으로도, 내 삶이 전보다 조금은 따뜻해졌다는 걸 느낀다.
작은 약속은 나를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엔 “오늘 정말 수고했어”라고, 진심으로 나에게 말할 수 있게 된다.
내일도 아마 나는 나에게 작은 약속을 하나 할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을 위한 작고 따뜻한 다짐. 그 약속들이 내 마음을 살리고 있으니까.
오늘의 당신은 어떤 약속을 하고 싶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