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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항상 걱정부터 할까

by 윤하루

좋은 일이 생겨도, 나는 먼저 걱정부터 한다.
기회가 생기면, 설레기보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가 먼저 머리를 든다.
사람들이 웃으며 다가오면, "이 호의에는 무슨 뜻이 있을까" 하는 생각부터 한다.

나는 왜 항상 걱정부터 할까.

아마도 너무 많이 다쳐봤기 때문일 것이다.
기대했던 일이 틀어졌던 순간들,
믿었던 관계가 어긋났던 경험들,
그런 일들이 자꾸 마음속 경고등을 켠다.
‘조심해, 또 다칠지도 몰라.’
내 안의 목소리는 따뜻하지 않지만, 분명 나를 보호하고 싶어 한다.

살면서 알게 된 건,
걱정은 나를 지키는 방어기제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를 가두는 울타리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무언가가 시작되기도 전에 스스로 가능성을 줄여버리는 습관.
'일어나지 않은 일'에 이미 지쳐 있는 마음.

그리고 슬픈 건,
그런 걱정들이 대부분,
결국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물론 나는 알고 있다.
걱정 없는 사람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하지만 걱정보다 먼저 기대할 줄 아는 내가 되고 싶다.
상처받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해볼 수 있는 용기를 내고 싶다.

걱정이 앞선다고 해서 내가 약한 사람은 아니라고,
그저 마음이 조금 더 섬세할 뿐이라고
오늘은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다고.
걱정이 앞섰던 날들도, 결국 잘 지나왔다고.
그러니 다음에는,
걱정보다 기대하는 마음을 먼저 품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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