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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 없는 세상에 사는법

by 윤하루

나는 요즘,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멈추는 일이 잦아졌다.
속으로는 수없이 많은 말이 떠오르는데,
입술까지 와서는 조용히 사라진다.


그 말들은 대부분 아주 짧다.
어쩌면 단어 하나일 수도 있고,
그저 웃음 섞인 반응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조차 참는다.
그리고 속으로, 아주 조용히 생각한다.
"지금, 말했나?"
"혹시 들렸을까?"


반응 없는 세상은
마치 깊은 물속 같다.
소리를 냈는지조차 헷갈리고,
표면에 아무 파동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아무도 들은 게 아니라면,
방금 그 말은 정말 존재했던 걸까?”


가끔은
누군가 눈을 돌리거나,
표정이 멈추기라도 하면
심장이 순간적으로 뛴다.
‘들렸나 봐.’
하지만 이내 다시 깨닫는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거라고.
세상은 나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걸.


그런 순간이 반복되면서
나는 반응을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반응이 없는 상태에 익숙해졌다.


그래서 이제는
혼잣말을 곧잘 한다.
작게, 혹은 아주 속으로.
누군가 듣지 않아도 괜찮다고
나 자신에게 설득하며.


이런 삶이 차갑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조용함은
내 감정의 가장 깊은 곳과 맞닿아 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누구의 판단도 듣지 않고,
그저 나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흘려보낼 수 있는 순간들.


가끔은 내가
소리를 냈는지조차 모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네 안에서 일어난 일은 네가 알고 있잖아.”


반응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그건 어쩌면
내가 나에게 반응해주는 법을 배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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