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비행일기
'Don't judge the book by it's cover'
(책의 표지 만으로 책을 판단하지 말아라)
여러분들은 이 영어 속담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을까? 아마 대다수가 많이 들어봤고 알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 속담의 뜻은 다들 알듯이, 단순 겉모습만으로 그 사물과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 속담은 본래에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외국항공사승무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참 중요하다고 생각도 하면서, 매번 나도 모르게 승객들을 대하거나 일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되새기게 되는 것 같다.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들이 존재한다. 그 중, 외국항공사승무원만큼 다양한 인종들과 부대끼면서 일하는 직업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싶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만큼 다양한 경험들과 생각들이 가득한 이곳은 외국항공사승무원의 일하는 환경이자 비행기 내부이다. 그런 만큼, '단일성' 과 '편견'은 정말 외국항공사승무원으로 일하면서 가장 위험하면서도 조심해야할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승무원 면접에서도 위의 속담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기도 한다. 예시로 '본인은 누군가를 겉모습으로 판단한 적이 경험이 있는가요?', '본인은 살면서 편견에 대해서 공부하거나 경험한 적이 있던가요?' 라는 것들처럼 말이다.
외국항공사승무원으로서 편견과 관련해서 겪는 일들이 뭐가 있을까? 크루 사이에도 있겠다. 딱 봐도 생긴 게 못되게 생기고 못생겨서 성격도 못생겼을거라 생각하고, 무서울거라 판단해 비행이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세상 천사인 사람들도 있다. 너무 천사같고 목소리도 나긋나긋하니 웃상이라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비행기에 올라가니 세상 소리치고 못된 전형적인 강약약강인 인간들도 많다. 나도 모르게 가진 편견이 가지고 온 결과인 셈이다.
크게 내가 겪는 건 종교인 것 같다. 예를 들어서 한 크루가 아시안이라서 당연히 한국사람들처럼 모든 지 다 잘 먹을 수 있다고 편견 아닌 편견을 가졌는데, 알고보니 무슬림이라서 돼지고기를 안 먹는다는 경우나 나름대로 종교를 가져서 쇠고기를 안 먹는다는 경우다. 또한 겉모습이 무슬림 쪽을 믿는 거 같아서 당연히 다른 사람들처럼 종교적인 이유로 Fasting (금식)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까 무슬림이 전혀 아니라 금식도 안해도 되는 경우도 있다. 종교 말고도 인종에 대한 편견도 있다. 인도 비행이 아닌 다른 노선의 비행에 흔하게 보게되는 인도인 승객의 경우에도 그렇다. 당연히 인도인이니 베지테리안이겠거니 혹은 힌두인이기에 쇠고기는 전혀 안 먹겠거니했는데 알고보니 여권 상 인도인도 아닌 경우도 허다하고, 베지테리안도 아니고 힌디도 아닌 경우도 많다. 피부가 하얘서 인도사람은 아니겠거니했는데 알고보니 피부가 하얀 인도인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되어서 놀란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외국항공사승무원으로서 겪는 편견 아닌 편견은 매우매우 다양하고 그만큼 편견에 사로잡혀있을 수록 위험하다. 이 직업이 줄 수 있는 시야를 넓혀준다는 장점을 본인 스스로가 망각하게되고, 스스로를 틀에 가둬버리는 셈인 것이다.
내가 이전에도 말했지만, 승무원의 일하는 환경 상 Flexibility가 굉장히 중요한 자질 중에 하나이고, 이 부분이 있는 지 없는 지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했다. 매번 일하는 동료가 바뀌기에 내게 주어지는 서비스의 플로우와 상사들의 지시 사항이 달라진다는 환경, 그리고 비행기라는 좁고 제한된 기내 환경에서 주어진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야하는 것. 이런 부분에서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생각과 가치관, 편견에서 오는 Flexibility, 유연함이다. 편견이라는 좁은 통로가 아니라 편견과 반대되는 단어인 생각의 유연함과 넓은 아량과 시야가 바로 외국항공사승무원으로서 제일 필요한 자질이자 회사에서 찾고자하는 인재의 덕목 중에 하나인 셈이다.
지금은 많은 편견에서 벗어났다고 생각이 되지만, 항상 비행 전 브리핑룸에서 상사들이 말하듯이 매 비행은 항상 Learning journey이다. 여전히 나는 어리고,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 생각 등이 존재하더라.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되기도 하고 안 믿었던 것이 되기도 하는 것이 바로 세상사이더라. 여전히 나는 여러분들께 말한 승무원으로서 겪고 생각하는 편견 아닌 편견들을 지우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간인지라, 나도 모르게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면서 편견이 생기고 스스로의 눈을 좁히는 경우가 많긴하다. 이런 내 스스로를 보면서 생각한다. 이젠 익숙해지고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어쩌면 내 스스로의 편견이 가져다 준 눈막음과 귀막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말이다.
Don't judge the book by it's cover.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아라. 편견을 가지고 대하지 말아라. 어쩌면 이 속담은 내가 승무원을 그만 둘 때까지, 아니 내가 죽어서까지도 앞으로도 겪어내야하고 또 매번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는 속담임에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