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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이 같은 너..죽지도 않고 또 와버렸네, SEP시험

EP.비행일기

by 꼬마승무원

"Guys, I'm flying almost 15 years so far and even though every once a year I do SEP, don't know why I really hate and so stressful with it. Damm HATE it. So every year before I go to SEP, always think 'OMG...Do I need to resign?'. Haha...everyone agree? huh?"

"내가 15년을 비행하고 있는데, SEP시험은 15년을 계속 하고있는데도 왜 이렇게 적응도 안되고 하기가 싫은 지 모르겠다. 스트레스 개쩔어. 이 놈의 SEP 시험을 보기 싫어서라도 '아씨..내년에 퇴사해야하나'라고 생각한다니까? 모두들 내 말에 동의하지? 하하하"

최근에 다녀온 SEP (Safety Emergency Procedure) 시험. 승무원들은 일 년마다 이 sep시험을 쳐야한다. 승무원으로서의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시험이다. 그리고 스케줄 상 이 SEP시험을 치르고 바로 다음 날에 있던 짧은 턴어라운드 비행. 15년을 비행해도 진짜 이 안전 시험이 적응이 안된다면서 볼멘 소리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 선임 승무원의 말에 모두들 동의하면서도 웃음을 터뜨렸다. 2년을 비행을 하든, 15년을 비행을 하든, 심지어 30여년을 비행을 하든 이 SEP시험은 승무원들에게 참 곤욕 아닌 곤욕이다.

이전에도 한번 승무원은 여러분들이 생각한 것 외로 공부를 참 많이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그 글에서도 언급했던 SEP시험. 도대체 이 SEP시험에 무엇을 배우고, 시험을 치르기에 승무원들이 그렇게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하기 싫다고 징징 거리는 것일까?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안전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항공사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제일 중요한 건 비상 상황시에 문을 여는 Door Operation이다. 에어 부산처럼 기내 선반에 갑자기 노트북이든 전자 기기의 배터리에 불이 붙어서 사고가 났을 때, ANA항공처럼 비행기 날개에 갑자기 불이 붙어서 탈출해야하는 상황에, 그 불을 진압할 수 있다면 진압하는 것이지만 제일 중요한 건 패닉에 빠진 승객들을 진정시키면서도 신속하게 문을 열어서 빨리 탈출시키는 것이다. 이럴 때 승무원들이 승객에게 말하는 명령어도 다르고, 비행기 기종마다 어떻게 문을 열고 안내하는 지가 다르다. 특히나 승무원들마다 훈련받은 비행기 기종이 3-4개가 되면 정말로 헷갈린다. 이런 위급 상황에서 승무원 본인의 안전을 지키면서 문을 여는 걸 테스트 하는 것이 바로 제일 일순위이고 여기서 승무원들이 떨어지는 경우도 꽤나 많다. 특히나 무거운 비행기의 문을 열었다가 닫고, 목청 크게 소리지르고나면, 다음 날 목구멍이 아픔과 동시에 어깻죽지가 매우 땡기고 아픈 현상이 벌어진다.

화장실이나 기내 갤리(부엌) 오븐에 불이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기내 선반이나 기내에 불이 났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위험한 물질인 Dangerous Goods와 관련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기내에 쓰러진 승객을 어떻게 응급처지할 것인지 등을 리마인드하면서 시험을 본다. 갓난아기 목구멍에 뭔가 걸렸을 때, 다 큰 성인 목에 무언가가 걸렸을 때하는 하임리히 방법, 비행기 기종마다 다르게 실리는 옥시전 보틀(산소통), 소화전 등의 장비들의 사용 방법 및 중요한 리마인드 사항들을 다 시험을 본다. 기내에서 소방관이자 간호사가 되어야하는 승무원들에게 이러한 SEP시험은 필수 요소이지만 그만큼 신경도 많이 써야하고 빡세기 때문에 다들 스트레스 만땅인 것이다. 여기서 떨어지면 다시 또 공부를해서 시험을 또 치뤄야하기 때문에 차라리 한 번에 갔을 때 기를 쓰고 합격하는 것이 본인의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서라도 좋다.

같이 사는 한국인 룸메이트 동기 동생 역시 다른 날짜였지만 SEP시험을 봤다고 한다. 동기의 SEP시험 같은 조에는 한 30여년을 비행한 사무장이 왔었는데, 화장실 불 났을 때 대처 시험봤는데 떨어졌다고 한다. 해서 다시 공부해서 오라는 인스트럭터의 말에 한숨을 쉬었단다. 동생이 괜찮냐면서 물어보니 사무장이 담담하게 괜찮다면서 어차피 또 오면 된다고 말하면서 30여년을 비행하면서 매번 오는 이 sep시험이 너무나도 스트레스고 힘들다고 말했단다. 30여년을 비행한 사람도 까딱하다가는 떨어지고 힘들어하는 이 무자비한 SEP시험이란... 젊은 피들도 힘들어하는 데 나이가 50대가 넘어가는 중년 피들이 참 대단하면서도 끊임없이 함께 공부하는 것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SEP시험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듦과 동시에 항상 인스트럭터가 말하는 부분들이 있다.

"서비스는 한 번 잘못하면 서비스 리커버리를 하면 돼. 다시 되돌릴 수 있어. 근데 안전은 한 번 잘못하면 다시는 못 되돌려. 한 번 잘못되는 순간 그 순간 영영 바이바이란 말이다. 그러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항상 너희가 배운 것들을 리마인드하면서 비행하도록 해. 안전이 일순위야.

너희가 힘들고 지치는 거 알지만 우리의 목적은 너희들과 승객들의

소중한 가족들의 품으로 되돌려보내도록하는 것이야. 잊지마."

맞는 말이다. 안전 사고는 한 번 일어나면 되돌릴 수가 없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발생할 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다. 사건이 발생하면 최선을 다해서 그걸 진압하고 막는 것이 우리가 힘든 SEP 시험을 받는 이유다. 물론 나이가 먹을 수록 어제 먹은 점심도 뭐였는 지 기억이 나지 않기가 일수이지만, 안전에 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기억하도록 노력한다.

각설이처럼 매번 돌아오는 SEP시험이 싫지만, 그럼에도 매번 돌아오는 SEP시험을 통해서 느낀다. 이렇게 또 일 년이 지났구나라고. 그리고 다행히 지난 일 년동안 큰 사건 사고가 없어서 다행이었구나라고. 이번 sep시험도 무사히 통과했으니 남은 일 여년의 기간 동안도 큰 안전 사고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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