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직업일기
예전에 에어부산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승무원 부부 혹은 아내는 승무원인데 남편은 기장이거나, 남편이 비행정비사인 커플들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 영상처럼 내가 일하는 곳에서도 역시 승무원 커플이나 부부는 심심치 않게 자주 볼 수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승무원 부부를 보고 쌍칼이라고 하던데, 아쉽게도 내가 일하는 회사에서는 딱히 승무원 부부를 향해 부르는 애칭은 없다.
승무원 커플 혹은 승무원 부부. 여러분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들이 부러워 보일까? 아니면 오히려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을 것 같아 보일까?
승무원 커플의 경우, 결혼을 공식적으로 한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함께 비행을 가기 위해서는 스케줄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도 종종 이메일을 통해서 크루가 '네가 가는 비행에 내 남자친구가 있는데, 혹시 내가 갖고 있는 이 스케줄과 변경이 가능할까?'라고 말을 건네온 경우를 겪어봤다. 부부의 경우에는 따로 회사에다가 신청하거나 하면, 함께 비행을 하도록 스케줄을 내어준다. 회사에서 해주는 배려랄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직업이 같고, 함께 출퇴근을 함께하는 삶. 더군다나 승무원이라는 특수한 직업 환경 덕에 함께 영국 런던을 가서 함께 자연사 박물관을 구경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가 유명한 감자튀김을 함께 나눠먹고, 뉴욕의 아름다운 밤거리를 손을 잡고 걸으며 함께 추억을 같이 쌓아가는 우리. 이것이야말로 승무원 부부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 장점이자 승무원 부부라서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또한 지금까지 일하면서 본 승무원 부부의 경우, 함께 같은 존에서 일하게 되면, 아무래도 서로 더 많이 도와주는 모습을 많이 봤다. 서로가 든든한 친구이자 동료인 셈인지라 편하게 일하는 걸 보면서 부럽다고도 생각한 적이 많았다. 굳이 같은 존에서 일하지 않아도, 남편이든 아내든 누군가가 일하는 쪽의 서비스가 먼저 더 끝나면 본인의 아내, 남편 도와주러 가겠다면서 먼저 발 벗고 나서는 경우도 많이 봤다. 함께 일을 하면서 둘 만의 특별한 추억들을 쌓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일하는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해 주고, 함께 비행할 경우에는 둘도 없는 든든한 지원군이라는 점. 이런 점들에서 보면 내 남편이 같은 회사의 승무원이다? 나는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에 함께 사는 언니의 비행에 부사무장과 사무장이 부부였다고 한다. 서비스가 끝나건 말건, 항상 비행 내내 남편을 달콤하게 허니라고 부르는 그녀를 보면서 참 사이가 좋구나 싶다가도 적응이 안 됐다면서, 온몸에 약간의 소름이 돋는 것처럼 이야기를 전달하며 표현하는 언니를 보면서 참 재밌다고 느꼈다. 다른 크루들한테는 엄격하면서 본인의 남편과 아내한테서는 한껏 달라진 목소리랑 애교로 업무를 전달하는 그들의 모습이란... 으, 나 역시 상상하니 온몸에 약간의 소름이 돋는다. 아, 좋은 의미로 :)
좋은 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어차피 하루 종일 얼굴 보면서 사는데 굳이 일터에서 매일 봐서 지겨운(?) 얼굴을 또 마주 봐야 하는가 싶은 단점도 있다. 더군다나 둘이 하필 아침에 다퉜는데 같이 비행을 간다고 생각하면... 하하. 과연 그것이 좋은 가 싶기도 하다. 다툰 와중에 해외 스테이션에 가면 또 같은 방을 쓴다. 브리핑룸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그들의 분위기를 감지하는 다른 크루들은 눈치를 보게 되지 않나 싶다. 감사하게도 아직까지 내겐 사이좋은 승무원 부부들만 만났다. 그리고 내 남편이나 아내가 워낙 외모가 괜찮은 이성들이 많은 환경에서 일을 해야 하니 그것 또한 어떻게 보면 부담감이며 신경이 안 쓰일래 안 쓰일 수가 없다. 이런 경우는 특히나 승무원 커플들한테서 많이 발생되는 심적인 단점에 해당한다. 비행 내내 연락이 안 되니, 이건 뭐 나도 승무원이니까 이해는 된다만 혹시나 내 남자친구, 여자친구에게 다른 이쁘고 멋진 이성 크루가 들이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이런 점들이 단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워낙 사람 개개인마다 성향이나 생각,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승무원 부부가 좋다 안 좋다 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관점에서 나의 경우 남자친구가 승무원인 것은 싫다. 아무래도 이성이 많은 환경이기 때문이고, 서로가 스케줄 근무이기에 오히려 더 얼굴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나는 문화 차이도 무시를 못 한다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외국인 남자친구를 사귀어야 하냐며 이에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나는 강하게 한국에 갈 생각이 있는데, 여기에 외국인 남자친구를 만든다면 그 사람에게도, 나에게도 결국 추후에는 상처가 되는 관계가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내가 국내항공사승무원일 경우라면... 남편이 승무원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든다. 비행 내내 받는 스트레스나 고충을 함께 공유하고 겪으면서 이해해 줄 수 있는 믿음직한 친구이자 동료라는 점에서이다. 하지만, 내가 워낙 돌아다니는 직업인지라, 누군가 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는 것이 낫나라는 생각도 든다.
뭐, 어찌 됐든 지금이야 이렇게 생각해도, 당장 스파게티가 먹고 싶은 내 생각이 1시간 뒤에는 마라샹궈로 바뀔지 (지금 내 상태임) 나 스스로도 모르는 것이 '생각'이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이 어느 국적이든, 어떤 직업이든 상관없을 것 같다. 아무쪼록 둘 사람이 다 좋은 방향으로 선택이 이뤄지고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
함께 땅이 아닌, 하늘에서 함께 돈을 벌고 특별한 추억을 쌓는 승무원 부부. 여러분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