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2)

by 한혜경


(1)에 이어서

여동생의 이야기 ....


여동생의 이야기는 돈이 없어 크리스마스에 연인을 만나지 못했던 사연이다.

대학 때부터 사귀기 시작했지만 네 번째 크리스마스에 와서야 데이트를 하게 된 이유를 통해, 크리스마스 데이트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는지 차근차근 보여준다.


첫 번째 크리스마스 때, 여자는 입을 옷이 변변찮아서 말없이 시골집에 내려가버렸고, 두 번째 크리스마스 땐 남자가 고향에 내려간다고 거짓말을 한다.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이유를 댔지만, 사실은 돈이 없어서였다. 당시 남자는 구직 중으로 어디에서도 데이트 비용을 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취직 시험마다 떨어지고 온갖 연말 청구서가 몰아치는 12월이 되고 생활비도 거의 바닥났을 즈음 돌아오는 크리스마스는 그에게 ‘역병’과도 같았다.


세 번째는 헤어진 상태였고, 몇 달 뒤 다시 만나 드디어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게 된다.

이제 남자에겐 ‘번듯한 직장’과 중고차가 있고 여자에게도 ‘깔끔한 구두’와 ‘소박한 정장’이 있다. 마침내 남들 하듯이, 영화를 보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간다. 오래전 남자가 꼽아 봤던 일정이다.


작가는 남들의 기준을 따라 하며 안도하는 이들을 비판적으로 보기보다는 남들 하는 것을 해보지 못한 이들의 처지를 공감의 시선으로 감싸 안는다.

자주 해보지 않아 서툴 수밖에 없는 레스토랑 주문 장면을 통해서, 그리고 멋을 부려도 “어정쩡한” 옷차림일 수밖에 없는 정황을 통해서, 세련됨이란 ‘오랜 소비경험과 안목, 소품의 자연스러운 조화’에서 나온다는 것을,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생활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짚어낸다.


“뭔가 하고 있다”는 기분에 들떠 불편함을 짐짓 모른 척하며 레스토랑과 고급 바까지 잘 진행되던 데이트는 마지막 단계에서 벽에 부딪힌다.

크리스마스엔 숙박업소 방이 금세 차버린다는 사실을 몰랐으므로 세 시간이 넘도록 방을 구하지 못한 것이다. 빈방을 찾아 헤매는 이들의 모습은 그 옛날 요셉과 마리아가 방을 구하지 못해 결국 마구간에 머물렀던 것을 연상시킨다.



IMG_7588.jpg 루이스 멘도의 작품



2000년대의 마구간은 구로공단 근처의 허름한 여인숙이다.

누렇게 얼룩진 이불, 타일이 깨진 바닥, 녹물이 흐르는 세면대.

도저히 잘 수 없는 수준의 방임에도, 이런 방에 몰래 들어와 자고 가려는 외국인들이 있다. 주인 여자의 고함에 “나 안 자러 왔어요.” “이거 먹고 갈습니다.” 더듬더듬 말대꾸를 하는 동남아시아 쪽 생김새의 청년들.

작가는 이들이 우리 사회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자들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티브이나 영화에 나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데 자신이 받는 선물은 왜 항상 ‘까만 봉다리’ 속에 들어있는지 이상했던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선물과 거리 먼 삶을 살아간다.


예수님이 세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온 날, 낮은 곳에 사는 이들이 처한 현실이 한없이 쓸쓸하다.



**<그린에세이> 11,12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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