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실 때 남긴 한마디

하루를 버티게 만든 말 한마디

by 황인득


마지막 손님이 나가고 나서야 그 말이 들렸다.

“라떼 맛있다.” 받자마자가 아니라,

다 마시고 나가시면서 서로에게 건네던 말이었다.


​그날의 마지막 손님은 네 분이었다.

두 분은 이 건물에 계신 분들이고,

아주 가끔 생각날 때 한 번씩 들르는 손님이다.

다른 두 분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다.

나는 늘 하던 대로 음료를 만들었고,

그분들은 조용히 앉아 있다가 나가셨다.

그런데 문을 나서기 직전,

처음 오신 분들이 그러셨다고 한다.


​“여기는 라떼가 맛있네.”

“딴 데는 거품만 많은데, 여긴 그렇지 않다.”


​그 말을 전해 들은 순간,

이상하게 숨이 조금 편해졌다.


​요즘은 이런 말 한마디가

사람을 다시 살아나게 한다.

희망이라는 걸 아주 작게라도

다시 붙잡게 만든다.


​그러면서 동시에

다른 생각도 따라온다.

‘진짜일까?’

‘내가 잘하는 사람은 아닌데.’


​나는 아직도 라떼아트가 늘 일정하지 않다.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

손재주도, 센스도 좋은 편은 아니다.

학원에서 한 달 배운 게 전부다.


​지금은 그저

경력이 쌓여서 손만 빠를 뿐이다.


​바쁠 때는 실수도 했고,

잘못 만들어서 실망을 준 적도 있다.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예전에는 가끔,

아주 가끔 이런 말을 들었다.


​“사장님이 해주세요.”


​그땐 알바가 함께 있던 때였고,

굳이 나를 찾는 이유가 뭘까

혼자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나는 과하게 친절한 사람도 아니고,

말수가 많은 편도 아니다.

단답형에, 멋쩍은 웃음 정도.


​그런데도 다시 찾는 이유가 있다면

아마 기술이나 말솜씨 때문은 아닐 것이다.


​나는 음료를 만들 때

정량을 딱 맞추는 스타일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덜 주는 것보다는

아주 살짝이라도 더 얹는 쪽을 택한다.


​알바생들에게도 그렇게 말해왔다.

같이 일할 때는 그렇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다들 그렇게 하지는 않더라.

눈치가 보였을 수도 있고,

그게 더 편했을 수도 있다.


​이 손님은 조금 덜 달게,

저 손님은 우유를 좀 더 많이.

우유 반만 부탁하던 얼굴,

시럽 세 번만 넣어달라던 목소리.

적립 전화번호까지 자연스럽게 외워버린 날들.


​아주 조금 더 얹어주는 마음,

기억하려고 애썼던 태도,

크게 드러나지 않는 성의.


​그게 음료에만 담기는 건 아니라는 걸

요즘 들어 조금씩 알게 된다.

그날 나가시며 남긴 "맛있다"는 말은

칭찬이라기보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아, 내가 완전히 틀린 방향은 아니구나.

아직 부족해도

이 자리에 있을 이유는 있구나.


​여전히 의심은 남는다.

나는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


​그래도 이런 순간 하나가

하루를, 요즘의 나를

조금은 버티게 한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문을 닫을 때

조금 덜 무너진 상태로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나는 내일도 가게 문을 열게 될 것 같다.

아마 별다를 것 없이, 지금 하던 일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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