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 있으면 들리는 말들

by 황인득


가게에 있으면
원하지 않아도 남의 이야기가 들린다.
엿듣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없다.
그냥 이 자리에 오래 있었을 뿐이다.


이 동네는 제조업이 많다.
그래서 요즘은 비슷한 말들이 자주 들린다.
“요즘 많이 힘들다.”
“일이 줄었다.”


그 이야기들 사이로
아주 소소한 말들도 섞여 있다.
회사 이야기, 팀장 이야기,
회식 자리에서 있었던
조금 웃긴 사건들.


나는 대화에 끼지 않는다.
고개를 들지도 않는다.
커피를 내리며
말들이 흘러가게 둔다.


가끔은 혼자 피식 웃게 된다.
어떤 이야기는
드라마 한 장면 같아서
괜히 기억에 남는다.


그러다 문득
대표의 입장에서
그 말들을 듣고 있는 나를 느낀다.


직장인은 월급을 걱정하고,
대표는 내일을 걱정한다.
형태는 다르지만
무게는 크게 다르지 않다.


가게에 앉아 있으면
그 사실이 분명해진다.
이 작은 공간에는
각자의 하루가
잠시 머물다 간다.


그래서 요즘은
혼자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버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꿈을 잃은 소녀는 어떻게 어른이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