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 그리고 만남
직업이 무엇이냐 물으면 작가라고 답하기는 하지만 내 이야기를 담아 나의 이름으로 출간한 책보다는 타인의 이야기를 적어 그들의 이름으로 출간한 책이 더 많습니다. 때문에 스스로에게 진정 창작자가 맞는지 작가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지 수없이 되물어야 했고 매일 다섯 시간 이상 글을 쓰며 더 나은 글쟁이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나의 글을 찾는 이가 없다고 해서 내 글을 쓰는 노력마저 멈춰버릴 수는 없으니 최선을 다해 글을 쓰며 기회가 찾아오기를 기다렸던 거죠. 그럼에도 대필작가로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지고 출간계획이 엎어지는 일까지 반복되다 보니 엄마로서도 작가로서도 실패했다는 생각에 자존감마저 사라져 가던 차였습니다. 글을 계속 써도 될지, 재능 없는 이가 미련스레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고 두려운 날의 연속이었는데 그 끝에서 재판과정에 피고인들이 형량을 낮추기 위해 제출하는 반성문을 대신 작성해 주거나 타인의 석박사 학위논문을 대신 써주는 고액알바들이 깜빡이며 유혹했습니다. 생계 때문에 작가는 진심이 담겨있는 글만 써야 한다던 다짐과 초심을 잃기 직전인 최악의 상황에 놓인 것이죠. 그때의 결정이 내 삶에 불행일지, 아니면 다행스러운 것일지 모르겠으나 굶거나 빌어먹는 처지가 될지라도 작가로서의 양심을 지켜야만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해 마음을 다잡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의 저는 돈의 노예가 되어버렸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힘을 내 도전해 보자 각오를 다지며 글을 쓰던 어느 날, 고관절괴사로 인한 우측다리 통증에 대상포진 후유증으로 인한 좌측다리 통증까지 더해져 우측다리는 화산 속에 좌측 다리는 빙하 속여 담가진 듯 말 그대로 어찌할 줄 모르겠는 통증이 지속되었습니다. 밤새 멈출 생각 없는 듯 몸과 맘을 괴롭히던 통증은 다음 날 아침 진통제를 맞고서야 가라앉았는데 숨을 돌리고 나니 문득 결혼생활의 고통이 이에 비할 정도로 힘겨웠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행복한 날도 있었는데 이혼으로 끝맺음한 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를 5년이 지난 뒤에야 묻게 된 것이죠. 물론 몇 번을 되돌려 묻는다 해도 제 답은 변치 않을 것입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도돌이표처럼 맴도는 질문들처럼 네가 잘못해서인지, 내가 변해버려서인지 그 이유를 명확히 할 수 없으나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를 상처 입힐 것만큼은 분명했으니까요. 그렇다고 이혼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테니 당장 헤어지라는 취지에서 이 글을 적는 것은 아닙니다. 부부사이가 회복할 수 있는 정도인지, 헤어짐을 고려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따라 다르고 이혼 후 더 힘든 상황에 놓였다 말하는 이들도 있으니까요. 다만. 헤어짐을 고민하고, 결심하여 실행한 뒤 지금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궁금하고 고심되었으나 누구에게 묻고 이야기 나눠야 할지 모르겠어서 혼자 앓아야 했던 질문들을 함께 나누고 용기를 건네고 싶은 마음에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진중한 마음으로 쓰고 있습니다.
한 때는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짐을 준비하기까지 얼마나 지난한 시간일지 잘 알고 있으나 나름 꽤나 고통스러운 밤들을 수없이 견뎌낸 친구로서 감히 말씀드리는 것은 그 어둠 또한 걷힌다는 사실입니다. 많이 힘들고 지치겠으나 새로운 아침은, 그리고 새로운 삶은 기어이 시작되고야 말털이 용기 내 견뎌주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