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이별의 이유는 같습니다

가난한 연인들의 이별

by 서우

가난은 가난을, 빈곤이라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악쓰고 버텨낸 사람은 같은 처지를 경험했던 사람을 기가 막히게 찾아냅니다. 그들의 몸과 맘 속 깊숙이 새겨진 상처를 그들만큼은 본능적으로 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존재를 인지하고, 가난이 무엇인지 깨달은 후부터 죽어도 같은 처지에 있던 사람만은 만나지 말아야지 굳게 마음먹고 피하려 애써왔음에도 각박한 세상 속 힘든 시간들을 견뎌낸 어리고 여린 자신을 향한 연민 때문인지, 그들은 기어이 만나 서로를 보듬고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함께 하자 약속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약속은 그들 자신이 오래전 예감했던 것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부서져 흩어집니다. 혼자 힘으로만 악착같이 살아와서인지 타인을 배려할 여유가 없기에 상대에 대한 존중보다 소유욕이 앞서고, 그간 쌓아왔던 외로움이라는 한을 풀어내기라도 하듯 자꾸만 의지하려들기 때문입니다. 그저 애처롭고 안쓰럽기만 하던 처음의 마음은 외면된 채 쉽게 지치고, 서로의 상처가 더 깊다며 언성 높여 싸우는 것이 일상이 되다 보면 지극히 사랑스러웠던 밥 먹는 모습, 앉아 쉬며 웃는 모습 하나하나가 너무나 보기 싫어집니다.


마치 그림자처럼 똑같았기에 서로의 약점과 아픈 곳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그들은 외면과 침묵의 시간을 지나 기어 서로의 상처에 독한 말을 퍼붓고 덧입히며 기어이 소금까지 뿌리고 나서야 헤어짐을 결심합니다.


다독이고 안아주면 좋았을 것을, 여느 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혼 과정이 그러하듯 나와 같은 아픔을 겪었기에 끌렸고 보듬어 주고 싶었던, 나를 그에게 그리고 그를 나에게 이끌었던 이유로 인해 이별합니다.


사랑만큼이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싶지만, 처음처럼 불타오르는 사랑은 아닐지라도 나이 들고 지쳐가는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사랑을 맹세했던 순간의 신의 그리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만은 어떠한 결말일지라도 간직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작가의 이전글이혼과 결혼을 고민 중인 분들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