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의 일기
내 인생 40.
이번 생일이 지나면 만으로도 꽉 채워진 마흔이 된다.
서점에 가면 유독 나이 마흔에 관한 책들이 많음을 발견하게 된다. 뻔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내가 마흔이 되어보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인생의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뉘며, 개인적인 나의 삶도 명확하게 나뉘는 시점인 것이다.
삶의 전반기에 겪었던 아픔, 슬픔, 상실, 고독의 시간은 내 인생 후반기의 대문을 찬란하고 환하게 여는 비결이 되었다. 어둠이 있기에 빛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부모님의 죽음을 통한 상실의 슬픔을 통해 생명의 그 존귀함을 깨닫게 되었고, 고독의 시간을 통해 현재 내 삶의 풍성함에 감사하게 되었다.
물론 내 삶은 보통 사십 대 여성의 모습과는 다르다. 한창 정신없이 육아하고 있을 나이인데 난 그렇지 않다. 나의 계획의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왔지만, 지금도 그날을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다.
결혼 후 자리 잡아 자가(自家) 마련하고 육아하며 살아가는 게 보통의 코스라 하면, 우리의 삶은 돌고 도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다. 우리 시부모님의 걱정인 것처럼 말이다.
우린 결혼 후 떠나 10년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신랑은 현재까지 매달 일주일씩 출장을 가야 하는 상황이다. 출장이라 하면 혹자는 부러워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회사에서 경비를 지원받지 못하기에 출장 기간 내내 숙박 비용 아끼려 캡슐 같은 곳에서 쪼그려 자는 형편이다. 여기엔 우리의 개인적 상황이 있긴 하지만, 여하튼 우리의 현재 삶의 모습이다.
우리 부부가 현재 살고 있는 집도, 그리고 앞으로 계획하는 모든 것들이 일반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너무 기대된다. 보통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만이 정답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삐딱선 같은 마음이 늘 내재 되어 있는 나에겐 이러한 삶이 특히나 재미있고, 설렘 가득하다.
순간순간 우리의 삶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이끄심을 구경하며 동참하는 것도, 너무 행복 가득한 발걸음이 된다.
사실 나는 내향인이다. I 사람인데, 내가 좋아하고 흥미를 느끼는 책들은, ‘호밀밭의 파수꾼’, ‘톰 소여의 모험’ 등 자유를 갈망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이다. 최근 읽은 책 중 단연 제일 좋았던 '호밀밭의 파수꾼' 주인공 '홀든'에게 왜이리 친밀감이 느껴지고 공감되는 건지.. 현실감각 없는, 아직도 철들지 않은 청소년이 내 안에 가득한가보다. 그래도 난 내 모습 이대로가 좋다.
인생 전반기에 겪어야 했던 인내와 아픔의 시간으로 펼치지 못했던 내 삶의 날개를 이제 펼쳐보자. 끝도 없이 높아지려는 철없는 마음이 아닌, 절제하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보자.
어떤 길로 인도해주셔도 기쁘게 따라갈게요! 나는 양, 주님은 나의 목자 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