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슬픔도 주가 기쁨으로>

권고사직

by 뇽뇽

나는 오늘부로 2년간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아니, 사실 권고사직을 당했다.


늘 크고 작은 이슈가 끊이지 않는 나의 삶이지만, 2025년에는 유난히 많은 일들이 있었다.

1년 넘게 시험관을 진행하여 어렵게 만난 아기가 계류유산 되었고, 약으로 배출시켜야 했다. 얼마 전엔 뒤에서 오던 차가 우리를 박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입원 중 회사 대표로부터 권고사직 통보를 받게 되었다.


“올해가 아홉수라 그런가 봐요.” 주변 지인의 말에 나와 신랑은 반 정색했다. 아홉수를 믿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해도 ‘완전하지 못한 운명’ 따위에 내 인생을 집어넣고 싶지 않았다.

이 모든 상황을 내 머리로 다 이해할 순 없지만, 결국 가장 좋은 것들로 인도해주실 그분의 손길을 기다리며 기대한다. 이것은 나의 믿음이고, 변화에 관대한 ‘P 성향’ 덕분이기도 하다.


요즘 다시 ‘삶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많이 생각하고 묵상한다.

특히 크리스천으로서 내 삶에 다가오는 원치 않는 상황 속에,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말이다.


결혼 12년째 되는 해인 작년에 3번째 유산의 슬픔이 있었다. 그러나, 나의 건강과 여러 부분을 생각했을 때, 사랑하는 우리 가정을 지켜주신 것이었음을 느끼고, 더 좋은 길로 인도해주심을 믿고 힘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인생 처음으로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생각보다 심하진 않아서 다행이다. 물론, 언제 나타날 후유증을 대비하여, 매일 같이 물리치료 받으면서 지내고 있다. 비교적 뼈가 약한 내가 매일 치료 받으며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것도 좋다. 게다가 조금의 합의금일지라도 현재 나에게 반가운 존재이다.


우리 회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같은 곳이다.

사무의 경험이 아예 없는 내가 이 분야에서 일할 수 있었다는 건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다.

나중에 여유로 돈이 생긴다 해도, 임대 사업은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도 했다.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일하면서 겪은 몇 개의 에피소드는 조만간 기록해야겠다.


내가 교통사고로 입원 중에 새로운 직원을 뽑으셨고, 인수인계를 잘 부탁드린다는 톡을 받게 되었다.

사고 한 달 전쯤 대표님께 드렸던 말씀 때문이었을까. 개선을 위한 창구로 ‘솔직함의 대화’를 시도하였는데 그의 권위를 건드렸다고 느끼셨는지, 이때다 싶어 결정하셨는지, 그렇게 난 권고사직 통보를 받게 되었다. 그것도, 이미 후임자를 다 결정하신 이후에 말이다.

내 건강을 위한 결정이라는 따듯한 말 속에, 보이지 않는 긴 가시들이 날 푹푹 찔러왔다.

퇴원 후 출근하니 후임자가 이미 사무실에 도착해있는 상황에 묘한 감정이 들었다.

마치, 나의 동의도 없이 내게 동생이 생겨 부모님의 사랑을 빼앗긴 상실의 기분이었다.


하지만, 난 내가 평소 일하는 것 이상으로, 인수인계 자료를 열심히 준비했다.

일의 양보다 범위가 넓은 특징이 있기에 한 달의 시간도 촉박할 정도였다. 최선을 다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퇴사 후 나에게 전화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인수인계 없이 일했던 나의 고충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그분은 내게 전산 회계가 너무 잘 맞을 것 같다며 자신의 전공을 추천하였다.

(좋게 말하면) 나는 숫자, 특히 딱 떨어지는 계산을 좋아하고, 꼼꼼하고, 한 자리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제법 잘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일의 범위가 넓었던 기존 직장에서, 좀 더 ‘줌’해서 한 발짝 접근하게 된 것 같았다.

새로운 희망과 설렘이 생겼다. 이 설렘은 나를 며칠 동안 잠 못 이루게 했다. 물론 쉬우리라 생각지 않지만,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는 건 엄청 행복한 것이다.


결국, 나의 삶은 내가 개척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하고 ‘자족’하기로 선택하는 삶은 기쁨으로 꽉 채워진 멋진 인생 아닐까?

나의 모든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시며,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해주시는 주님을 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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