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정보도 적으셔야 해요."
언뜻 봐도 사회초년생 티를 채 벗지 못한 20대 여자 공무원이 출생신고서 종이를 내게 돌려주며 말했다.
"아빠는 없는데요."
나를 제외하고는 다른 민원인이 없어서 행정복지센터 내부는 조용했다. 광고하듯 크게 말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는 싫었다. 그 여자 공무원에게만 겨우 들릴 정도로 대답했다. 그런데 아뿔싸.
"네?"
목소리가 너무 작았나 보다. 아니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거나.
"아이 아빠는 없다고요."
목소리 데시벨을 높여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곧 안쓰러워질 그녀의 얼굴을 보며 다시 대답했다.
내 대답을 듣는 그녀의 표정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미혼모의 출생신고 서류 접수가 처음이려나. 아니면 미혼모인걸 행정복지센터 직원 모두가 들어도 상관없다는 듯 말하는 미혼모가 처음이려나.
"아..."
잠시 허둥대던 그녀는 옆 자리 동료에게 미혼모의 출생신고 접수에 대해 물어본다. 그 직원 역시 고개를 갸우뚱한다.
급기야는 수화기를 집어든다. 옆 동 행정복지센터 담당자에게 전화를 거는 듯했다.
"네, 안녕하세요, 여기 미혼모분께서 출생신고를 하러 오셨는데, 어떻게 처리하면 될까요?"
한 손으로는 수화기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입을 가린 채 민원인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려고 애써 작은 목소리로 통화 중인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도 그쪽을 난처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는데... 본의 아니게 미안하게 됐어요.'
센터 내 몇 안 되는 사람들은 이제 흘끔흘끔 나를 보는 듯했다.
'저렇게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미혼모라고?' '안쓰럽네... 어쩌다 미혼모가 됐대' 다들 나름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건 내 피해의식일지도 모르고.
기죽지 않으려고 옷도 잘 차려입고 갔다. '저러니까 미혼모가 됐지'라는 생각이 스칠 여지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는 더 펴고 고개는 더 꼿꼿이 들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이, 자주 이런 불편한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을 겪어야 할까.
출생신고를 마치고 나가는 발걸음도 당당했다.
차에 타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아주 재밌는 일을 겪었다는 듯 방금 있었던 일을 가족 단톡방에 공유했다.
'아니, 하필이면 담당 공무원이 미혼모 출생신고가 처음인 거야ㅋㅋ
어찌나 당황하던지 안쓰러워서 혼났네.'
그렇지만 사실 아무렇지 않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