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없는 여름휴가

by 강이

여름휴가를 아이와 단 둘이 보내는 것은 이제 익숙하다.


두 명 분의 짐을 챙기고, 둘이 몇 시간이고 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또는 차를 타고 다시 배를 타고, 가족 단위로 여행온 피서객들 사이에 어딘가 모르게 다른 모습으로 섞여본다.


그래도 이제는 많이 수월해진 거다.


아이가 더 어렸을 때는 나 혼자 양쪽 어깨에 짐을 이고, 한 손으로 캐리어를 끌고, 남은 한 손으로는 아이를 질질 끌다시피 하며 어르고 달래며 걸어가는, 누가 봐도 도와주고 싶을 정도로 안쓰러운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아이가 본인 짐은 스스로 들 정도로 컸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것에 다 익숙해진 것은 아니다.


피서지에서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식당을 가면 늘 듣는 '아빠는 어쩌고 둘이 왔어?'라는 질문, 둘이 바닷가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있으면 느껴지는 시선 등은 여전히 불편하다.


그런 것들이 때로는 나를 의기소침하게 만들어서 괜히 아이에게 밥을 더 빨리 먹으라고 재촉하게 되거나, 얼른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기고 싶은 마음에 자세를 고쳐 앉게 된다. 난처해서 식은땀이 날 때도 있다.


아빠가 없으니 내 책임은 배로 늘어난다. 운전하는 것, 짐을 챙기고 정리하는 것, 일정 짜는 것, 식당을 알아보는 것, 아이를 씻기고 재우는 것이 모두 내 몫이다. 둘이 바다에 들어갈 때면 신경은 더욱 곤두선다. 아이도 내 몸도 지켜야 하니 사실 놀아도 노는 것이 아닐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 스스로를 그런 불편한 상황에 기어코 던져 넣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아빠 하나 없다고 여름이면 다른 아이들은 당연히 누리는 것들을 내 아이가 누리지 못하는 건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나만 조금 용감해지면, 나만 조금 얼굴에 철판 깔고 '뭐 어때'하는 태도로 일관하면, 내 아이가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조금 더 넓어지는 거니까.


가족 단위의 다른 피서객들 사이에 안 맞는 퍼즐 조각처럼 욱여넣어진 우리 둘의 모습이 불쌍해 보여 그 상황을 계속 피한다면, 괜스레 기죽어 한창인 휴가철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한다면, 내 아이의 세상이 그만큼 편협해지는 거니까.


그래서 나는 올해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쭉- 그렇게 불편하고 뜨거운 여름을 내 딸과 함께 내 소신대로, 내 마음껏 누릴 예정이다.


아빠가 없어도 속초중앙시장에서 먹는 고등어회는 고소하다. 아빠가 없어도 스쿠터로 한 바퀴 도는 울릉도는 감동을 준다. 금능해변 노을은 똑같이 경이롭고, 오분해변 바닷속도 여전히 한없이 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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