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3 포크레인보다 절실한 ‘타운매니지먼트’

by C CODE

포크레인보다 절실한 '타운 매니지먼트': 동대문의 심장은 누가 뛰게 하는가?


Vol. 2에서 우리는 전면 재개발이 가져올 '8년의 블랙아웃'과 그 경제적 기회비용을 목격했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그 공백을 메우고, 도시의 연속성을 유지하며, 새로운 엔진을 안착시킬 주체는 누구인가?"

우리는 여기서 단순히 건물을 짓는 건설사를 넘어, 장소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타운 매니지먼트(Town Management)'의 부재를 지적하려 합니다.


1. '점(Spot)'의 개발을 넘어 '선(Street)'의 매니지먼트로


지금껏 동대문의 변화는 개별 건물주나 상인들이 각자도생하는 '점'의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시의 활력은 건물 하나가 아니라, 그 건물들을 잇는 '거리의 밀도'에서 나옵니다.

현실: DDP라는 거대한 점은 존재하지만, 그 에너지가 인근 골목으로 흘러가게 만드는 운영 주체가 없습니다.

필요성: 개별 필지의 이익을 넘어, 지역 전체의 톤앤매너를 설정하고 트래픽의 동선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Town Management 기능이 투입되야할 시점입니다.


2. 이해관계자를 넘어선 '자산 공유자'들의 결집


여기서 말하는 디벨로퍼의 개념은 확장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땅을 파는 시행사가 아니라, 동대문이라는 자산을 무대로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는 모든 기업이 그 주인공입니다.

플랫폼과 브랜드의 책임: 동대문의 제조망에 기대어 성장한 이커머스 플랫폼, 패션 대기업, 대형 유통사들은 동대문 생태계의 실질적인 '자산 소유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지속성: 동대문이 8년 동안 멈춘다면, 이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빠른 신상 공급'과 '제조 유연성' 역시 치명적인 타격을 입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단순한 후원자가 아니라, 타운 매니지먼트의 재무적·전략적 파트너로서 함께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3. 8년의 공백을 기회로 바꾸는 '점진적 업데이트'


타운 매니지먼트적 접근은 8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림'이 아닌 '실험'의 시간으로 바꿉니다.

앵커 공간의 선제적 투입: 메인 사이트(DDP)가 공사 중일 때, 주변의 낡은 폐상가나 오피스를 리노베이션하여 '안테나 샵’이나 '크리에이티브 허브'로 먼저 활성화합니다.

콘텐츠의 연속성: 하드웨어가 바뀌는 동안에도 '동대문'이라는 브랜드의 팬덤이 유지되도록, 기업들의 자본과 기획력을 투입해 팝업 리테일, 전시, 비즈니스 포럼 등을 끊임없이 운영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견인하는 방식입니다.


4. 전략적 거버넌스의 구축

이제 감성적인 로컬 기획의 단계를 넘어, 비즈니스 논리와 장소성을 결합해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는 전문적인 타운 매니지먼트 조직이 필요합니다.

수익의 재투자: 지역에서 발생한 수익이 다시 지역의 환경 개선과 콘텐츠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설계합니다.

통합 OS 운영: 공공, 지역 상인, 그리고 동대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업들이 하나의 '도시 OS' 아래 결집하여 지역 전체의 자산 가치를 공동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타운 매니지먼트(Town Management)란 무엇인가?

우리가 흔히 아는 '재개발'이 낡은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올리는 하드웨어의 교체라면, 타운 매니지먼트는 그 지역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해 민·관·커뮤니티가 함께 지역을 운영·관리하는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를 의미합니다. 관리가 아닌 기획: 단순히 시설을 유지보수하는 수준을 넘어, 거리의 축제를 기획하고 상권의 브랜딩을 설정하며, 트래픽을 유도하는 '도시 기획자'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공동체 기반의 거버넌스: 민간 기업의 비즈니스 엔진, 공공의 제도적 지원, 그리고 지역 상인·주민의 장소성이 결합된 결사체가 직접 재원을 마련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합니다. 지속 가능한 가치 상승: 건물이 완공되는 순간 끝나는 시행 사업과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의 매력이 커지도록 끊임없이 콘텐츠와 데이터를 주입하는 '도시의 운영체제(OS)'입니다.


� C.CODE가 던지는 세 번째 질문

동대문은 지금껏 '무엇을 지을 것인가'만 고민해 왔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누구와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입니다.

8만 석 돔구장이라는 강력한 엔진이 들어와도, 이를 지역의 실핏줄과 연결해 줄 타운 매니저가 없다면 엔진은 곧 과열되어 멈추고 말 것입니다. 동대문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이 '타운 매니지먼트'의 주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이 '전략적 운영의 기술'이 실제로 구현된 전 세계의 사례들을 추적하며 다음 해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과연 동대문이 벤치마킹해야 할 글로벌 타운 매니지먼트의 성지는 어디일까요?


Vol. 4에서는 디벨로퍼의 시선으로 동대문의 미래를 뛰게할 방안을 다뤄보겠습니다.


함께 도시의 코드를 읽고, 더 나은 OS를 고민합니다.

C.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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