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신체적, 성격적 DNA를 갖고 태어난다. 그리고 그것은 개인 고유의 콘텐츠의 소스가 된다.
나 역시도 타고난 게으름이 어쩌면 내 인생의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데 요소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글 좀 써야겠다며 의욕적으로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고, 작가 신청 하루 만에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이런 소식을 받고 나니, 매일 브런치에 글 한편씩 올릴 기세였고, 프롤로그와 첫 에피소드가 길다고 몇 번에 나눠 올리지 그랬어? 라며 주변인들에게 피드백만 몇 개일 정도로 내 세계에 빠져 긴 글을 발행하고, 에피소드 두 번째의 제목까지 미리 공지해 둘 정도로 매일 브런치에 글 한편씩 올리고 금방 브런치를 통해 책 한 권 뚝딱, 출판되는 영광을 누릴 듯싶었지만... 한 달 이상이 지나서야 자리에 앉아 머릿속에 있는 세 번째 글을 다다다다 타이핑 중이다.
오늘 점심, 지인과 식사 약속이 아녔으면 이 세 번째 글은 일 년 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를 너무 잘 아는 업계 선배님이
“왜 글을 안 써?”
“오늘부터 하루에 한 편씩 꼭 글을 써라”며 보자마자 매일 20분씩 글쓰기를 강요하신다.
그분은 언제나 심플하게 "이거라도 일단 해!” 디렉션을 주는 캐릭터의 소유자.
변명을 하자면 머릿속에 가득 있는 이야기들을 어떻게 써 내려갈지 정리가 되지 않아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만 시간의 법칙'처럼 꾸준히 매일 하는 것이 성공의 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자기 일처럼 매일 글을 잘 못 써도 좋으니 쓰라고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여,
오늘도 역시, 맘에 준비는 되지 않았지만 일단 쓰기 시작한다.
(부디 첫 단어부터 술술 풀리기를…)
BL 콘텐츠에서 내 성격을 캐릭터 키워드로 설명하면 #소심모브?
사람이 갖는 외모만큼 성격을 대신할 수 있는 캐릭터가 중요한 시대이다.
본캐만으론 살기 힘든 요즘이지만 부캐가 여러 개 있을수록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콘텐츠도 다양하고 흥미로워진다.
나 역시 화이트 컬러라는 본캐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고민에 여러 부캐 활동을 모색하지만 여전히
#게으름모브
*모브란 BL에서는 주인공들과 서브들의 주변 환경 정도 되는 캐릭터 없는 그냥 일반인을 의미한다.
BL드라마에서 웹 소설과 웹툰까지 영역을 확장하여 덕질의 깊이도 더욱 깊어진 요즘.
덕질의 맛은 역시 고민 없는 카드 결제.
나 역시도 BL 콘텐츠의 선수라는 리디 회원 가입 후 몇 달째 수 십만 원을 카드 결제하는 우량 회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처음엔 그냥 재밌다고 추천되거나 회자되는 소설이나 웹툰을 보곤 했지만 일정 작품 수 이상 보다 보니, 결국 리디가 만든 키워드 카테고리가 익숙해진다.
내 취향은 분명하다.
#현대물 #샐러리맨 #전문직
이 키워드는 고정이고 나머지 사람의 캐릭터는 그때 그때 꽂히는 것마다 골라본다. 요즘은 #여우수 #능력수에 꽂혀 공에 밀리지 않는 능력자 ‘수’가 나오는 콘텐츠들을 열심히 보며 대리만족.
아마도 여자 사람으로서 정글 같은 사회생활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가 항상 고민이었고, 능력으로 이기고 싶은 욕망이 캐릭터로 표출된 게 아닐까도 싶다.
키워드, 누가 만들었을까?
BL 콘텐츠를 접하다 보면 알게 되는 사실, ‘리디’는 개미지옥이라는 것.
‘리디’는 ‘리디북스’가 책 콘텐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사명이자 콘텐츠 플랫폼 명을 변경한 것으로 ‘리디’ 콘텐츠 중 특히 BL 콘텐츠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리디’ 회원으로서 이 ‘개미지옥’ 같은 ‘리디’ 영업으로 인해 일주일에 한두 번은 밤에 전권 결제를 하게 된다. 보통 전권 결제는 최소 1만 원 중반~ 2만 얼마까지… (이런 가격도 키워드에 설정되어 있다)
‘리디’가 키워드 서비스를 진행하게 된 데는 회원끼리 콘텐츠 추천을 할 때 키워드 몇 개를 주고받으며 재밌는 콘텐츠의 정보를 교환하는 활동이 두드러져 이를 아예 마케팅 서비스로 시작했다.
장르/ 가격/ 콘텐츠 배경/ 할인 프로모션/ 주인공의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콘텐츠의 핵심 키워드들을 분류, 정리하여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데 이는 트렌드와 유행에 따라 자주 변경한다고 한다.
처음엔 이런 서비스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달 이상 리디 플랫폼을 사용하다 보니 내 취향에 맞지 않는 콘텐츠를 구매하지 않는 데 도움도 되고, 뭐 볼까 고민할 때 이 키워드를 조합하여 추천받은 콘텐츠를 보다 보면 크게 실패하진 않았다.
*점점 리디에 입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케팅 노하우가 궁금하다.
그렇다면 이 캐릭터는 왜 BL에서 중요할까?
마케팅 최적화의 산물 콘텐츠인 BL은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하여 작가들이 만들어 낸 창작물이다.
그리고 잘 팔리는 콘텐츠가 되려면 소비자, 특히 여성 2~30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캐릭터가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캐릭터 키워드를 보며 현재 어떤 캐릭터에 스토리적 판타지를 갖고 있는지 파악하기 좋다.
내가 BL 작가라면 이 키워드를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당장 나의 경우도 일단 #리맨물 은 선호 작가를 불문하고 미리 보기 때문이다.
콘텐츠 소비의 즐거움을 위해서 캐릭터 키워드를 보기도 하지만, 내 주변에서 접하지 못한 신인류적 캐릭터를 콘텐츠로 접할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체리마호’로 돌아가
체리마호는 남남의 러브스토리로 판타지 같은 캐릭터 남남이 등장하지만,
나의 이목을 끄는 건 주인공 커플의 여자 사람 회사 동료인 ‘후지사키’ 상이다.
후지사키 상은 연애에 관심 없는 여성인데, 그녀의 캐릭터는 #무성애자
‘누구랑 같지 있든지 말든지
연애를 하든지 말든지
전부 그 사람의 자유지만
무엇을 고르든
자기가
그 자신을 좋아해야지
안 그러면
어떤 답을 내도
상대방도 납득 안 되지 않을까’
- 에피소드 4회에 가장 기억에 남는 후지사키 상의 속 마음
‘연애가 없어도 매일을 즐겁게 살아가는 여성’으로 만화 원작에서 각색했다는 드라마 '체리마호'의 요시다 에리카 작가의 말처럼 로맨틱 드라마라고 꼭 연애를 해야만 행복할 것이라는 것을 강요하는 대신, 후지사키 상을 #에이섹슈얼(다른 사람에게 성적 감정을 느끼지 않는 섹슈얼리티)이나 #에이로맨틱 캐릭터로 설정하여 그동안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적 감정을 갖는다'는 사람만이 요즘을 살고 있지 않음을 알려주는 것 역시 신선했다. BL콘텐츠의 매력은 이처럼 기존에 보기 힘든 캐릭터를 설정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콘텐츠의 신선함과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사회에 존재하지만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작은 목소리들을 모아 대변해 주기도 한다.
이런 캐릭터를 만든 요시다 에리카의 체리마호 다음 작품은 본격 에이 로맨틱을 다룬,
‘사랑할 수 없는 우리’
일본 내 최고 탑 배우로 자리 잡은 연기파 타카하시 잇세이와 신 인류 캐릭터 역할 단골인 키시이 유키노의 독특한 연기로 사랑하지 않지만 가족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생각하게 되는 드라마다. 어려운 소재지만 다양한 인종, 다양한 생각, 다양한 취향으로 살아가는 요즘 사람으로서 관심도와 상관없이 한 번쯤 보면 좋을 것 같다.*도라마코리아에서 시청 가능.
오늘도 자기 전에 '리디'에 들어가서 '키워드'를 검색하며 콘텐츠를 추천받아보려 한다.
스트레스 많은 하루였기에
자기 전 만이라도 판타지스런 일상 이야기로 킥킥거리며 디톡스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키워드는,
#명랑수 #할리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