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시작하게 된 계기
나는 매주 금요일마다 상담을 간다.
처음에는 안가겠다고 완강히 버텼다. 하지만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안될 것 같아 엄마의 추천으로 집 주변 상담소에 가게 되었다. 상담소 소장님과 첫 상담을 해보고, 괜찮을 것 같다고 판단이 되어서 상담을 받게 되었다. 주 1회로 가볍게 시작했던 상담은 벌써 43회기로 접어들고 있다.
상담을 받기 전,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대학교 때까지 줄곧 기숙사 생활을 해왔던 나는 인간관계에 치일대로 치여서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있던 상태였다. 그래서 내가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집이라는 곳에 돌아가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즈음 대학교도 휴학을 했다.
휴학을 하고 난 후 1년 정도는 가족들과 함께 여행도 다니며 꽤나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것도 딱 1년까지였다. 가족과 같이 사는 것도 결국 또다른 기숙사 생활이구나를 알게 된건 1년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즈음 나는 1년을 쉬고 난 후 복학을 했다. 복학을 했지만 코로나의 영향으로 1년을 통으로 비대면 수업을 듣게 되었다.
나와 함께 가족들에게도 작은 변화들이 생겼다. 내가 복학을 하면서 엄마는 취직을 했고, 동생도 대학교에 입학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던 당시에도 외박을 나오면 종종 바쁜 엄마 대신 집안일을 도맡아 했기 때문에 다른 가족들에 비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고, 여유시간이 많은 내가 집안일을 분담하게 됐다. 엄마를 돕겠다고 시작한 일은 어느새 점점 그 비중이 커져갔다.
어느 순간 집안일은 내가 해야하는 당연한 것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수업을 들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어느새 나의 1순위는 집안일이 되어버렸다. 엄마도 퇴근하고 돌아와서 안되어있는 집안일이 있으면 점점 꼬투리를 잡기 시작했다. 나의 스트레스는 서서히 쌓여갔다. 집안일에서 시작한 스트레스는 점점 쌓이고 쌓여 엄마에 대한 서운함, 화나는 감정으로 이어졌고 한 번 켜켜히 쌓인 감정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집안일에서 시작된 불씨는 이곳저곳으로 옮겨 붙어갔다. 그 이후로 엄마와 싸우는 날들이 잦아졌다. 엄마에게 그동안 서운했던 것, 어떨때는 어린시절 이야기까지 들춰가면서 싸웠다. 한번 들쑤셔진 감정과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못했다. 엄마도 밖에 6년간 나갔다가 돌아온 딸내미에 적응하는걸 어려워했고, 난 집안일을 핑계삼아 그동안 엄마에게 서운했던 것들을 마구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날들이 반복되다보니 집이라는 공간과 가족이 나를 옥죄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쉰다고 온 집조차 쉬지 못하니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그리고 그 괴로움은 나를 야금야금 좀먹었다. 우울하고, 불안해서 잠을 못자는 날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와 동시에 무기력해져서 침대에서 종일 누워있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무력감이 만성 상태에 접어들어서, 자존감이 하락하다못해 자책감만 심해지던 와중 엄마가 이대로는 안된다며 나를 흔들었다. 엄마 손에 이끌려서 초반에는 병원에 가서 약도 처방받아서 먹었었다. 지금은 그때보단 호전이 되어서 매주 상담만 받고 있다.
나의 상담 이야기들은 브런치에 작가 지원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생각한 주제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도, 그 당시 힘들었던 감정이나 나의 모습들이 다시금 떠올라 쉽진 않다. 그래도 내 마음을 세심히 살펴가면서 꾸준히 한편씩 써나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