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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꽃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당신과 가장 닮은 꽃차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연꽃잎차요. 연은 모든 것을 내어주고 연꽃은 모든 것을 품어줍니다. 그래서 저랑 닮았어요.”

당당하게 대답하고 난 뒤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나는 정말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남편과 아이들, 친정 식구들까지 모든 신경을 다 쏟으며 살았다. 그러니 매일 종종걸음 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슈퍼우먼인 것처럼 그들에게 생길 불편함을 사전에 다 막아주고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바로 달려갔다. 그래야 내 마음에 평온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를 공부하는 요즘은 가족들이 나를 위해 시간과 수고를 내어주고 있다.

매주 수요일마다 아이들은 스스로 하교하고 학원도 간다. 처음에는 수업 중간에 전화가 계속 울렸는데 이제 아이들은 친구들과 간식도 사 먹고 걸어 다니며 적응하는 듯하다. 

부모님께서도 처음엔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시더니 이제는 잘 배우고 오라며 응원해 주신다. 도대체 뭐 하나 싶어 가만히 지켜보던 남편도 이제는 밖에 나가면 은근히 내가 만든 꽃차를 자랑하는 눈치다. 내 일을 위해 한발 물러선 뒤 노력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니 나는 정말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사람이라 할 수 없었다.






백련과 청련



작년 7월이었다. 처음 연꽃을 만났던 날.

흰색 계통의 백련과 청색보다는 보라색에 가까운 청련. 그리고 무지하게 큰 연잎까지 하얀 테이블 위에 준비되어 있었다. 화려한 연꽃을 바라보며 연신 감탄이 나왔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어린이집 원장님께서는 해마다 공개수업 때 큰 연지에 연꽃차를 우려 주셨었다. 그때는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그냥 이쁘다는 생각만으로 마셨는데 지금은 다르게 받아들여지니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역시 맞다 싶었다.


연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식물로 연잎은 6~7월, 연 씨(연자육)는 10~11월, 연근은 12월~3월. 1년 내내 우리에게 좋은 수확물을 준다는 설명에 반하고 효능에 놀랐다.     


연꽃차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항암효과가 있으며 심신안정에 탁월하다. 정화 기능이 있어 체내에 쌓인 유해한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고 갈증을 해소해 주고 수분을 보충해 주는 효과도 있다. 특히 여름철에 좋으며 숙취해소, 입속의 구취와 니코틴도 제거해 준다.      


또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 주어 어혈(몸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혈액이 순환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그대로 혈관에 쌓이는 현상)을 풀어주거나 혈당치를 내려주어 몸을 가볍게 하고 당뇨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연꽃은 공부하면 할수록 너무 매력적인 꽃이었다.

연꽃 속에 향을 잃은 녹차를 넣어두면 연꽃 꽃술의 꿀과 향을 알뜰하게 머금는단다.

그래서 연꽃은 모든 것을 품어준다고 홀로 생각했다.   

   

연꽃에 반한 그날 나도 연꽃처럼 살고 싶다고 조용히 차를 덖으며 읊조렸다.

2000년이 지난 연 씨(연자육)에서 꽃이 피어난 거처럼 나도 점점 더 여물고 익어져서 이제는 가족뿐만이 아닌 더 많은 사람에게 내어주고 품어주는 사람으로 피어나고 싶다.     


다음에도 누군가 나에게 “당신과 가장 닮은 꽃차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라고 물어본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저는 연꽃을 닮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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