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PKU Dec 27. 2023

산림감시원은 그에게 불조심을 경고했다

지혜와 영성 - 이미령 불교 칼럼니스트


쉰다섯 살 양치기 이름은 엘제아르 부피에. 프랑스의 프로방스 산악지대에서 개 한 마리를 데리고 30여 마리 양을 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내와 아들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삶이 말할 수 없이 고독했지만 개와 양들과 더불어 한가롭게 살아가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고 있었지요.


하지만 그를 둘러싼 지역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같은 지역에는 숯을 만들어서 도시로 내다 파는 나무꾼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사람들을 행복하고 평화롭게 해주지 못했습니다. 날씨도 도와주지 못했지요. 근근이 나무를 베어 숯을 만들어 내다 팔면서 사람들은 그곳을 벗어나고 싶어했습니다. 작은 지역사회는 지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놓고 경쟁했다. 숯을 파는 것을 두고, 교회에서 앉는 자리를 놓고서도 경쟁했다. 선한 일(미덕)을 놓고, 악한 일(악덕)을 놓고, 그리고 선과 악이 뒤섞인 것들을 놓고 서로 다투었다. 바람 또한 쉬지 않고 신경을 자극했다. 그래서 자살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여러 정신병마저 유행하여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두레, 21p


고독 속에서 살아가는 양치기 눈에 세상은 지옥이었습니다. 지옥이 따로 있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렇게 지옥을 만들었고 자기가 만든 지옥에서 괴로움에 몸부림을 치며 울부짖고 신음하고 있었지요. 동네는 폐허가 되어갔고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버렸습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양치기는 곰곰 생각하다가 결론을 내렸습니다.


“나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땅이 죽어가고 있는 거다.”  양치기는 아침에 양을 데리고 초원으로 나가는 일 말고는 할 일이 없었기에 나무를 심기로 했습니다. 조금 더 거창하게 말하면 '이런 상태를 바꾸어 보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양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저녁 시간, 혼자 사는 양치기는 도토리가 든 자루를 가져와 탁자 위에 쏟아 놓고서 하나하나 알찬 것을 백 개 골라 챙깁니다.


아침이 되면 양들을 개에게 맡긴 뒤 그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도토리를 심습니다. 이렇게 3년 동안 황무지에 홀로 도토리 10만 개를 심었지요. 10만 개의 씨에서 2만 그루의 싹이 나왔지만 그 싹이 전부 무럭무럭 자랄 수는 없습니다. 비바람에 꺾이거나 들쥐나 산토끼들 차지가 되는 것도 상당수입니다. 양치기는 그 모든 변수조차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이치라 여기며 그래도 이 땅에 떡갈나무 1만 그루는 살아남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그의 집에 잠시 머물며 이 모든 것을 보고 듣던 청년은 양치기가 도토리 고르는 작업을 도와줄지 묻지만, 그는 사양합니다.  


그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두레, 24p



도토리를 고르고 황무지 언덕을 오르내리며 쇠막대기로 땅에 구멍을 내어서 심는 그 모든 일을 양치기는 홀로 합니다. 라디오를 챙겨 음악이라도 들어가며 그 일을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책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직 홀로, 자신의 두 손과 두 다리로 그 일을 해갑니다. 딱히 더 해야 할 일이 없으니 세상을, 아니 내 사는 동네라도 좀 바꿔보겠다는 소박하지만 매우 거창한 일은 이렇게 3년을 이어진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주던 청년은 그 후 세계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자 징집되어 전장으로 갔습니다. 5년 동안 전쟁터에서 싸운 뒤 전쟁이 끝나자 아주 적은 제대 수당을 받은 청년은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은 강한 욕망에 이끌려 오래전 잠시 묵었던 그 양치기의 집을 찾아갑니다.


그 사이 나무는 자라 있었고 빽빽한 숲을 이루었지요. 처음 만났을 때 쉰다섯 살이었던 양치기는 오히려 더 젊어진 듯 보입니다. 그는 양들도 거의 처분하고 벌을 기르며 여전히 나무를 심고 있었습니다.


이후 양치기는 양로원에서 평화롭게 삶을 마감합니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은 너무나 유명해서 굳이 이렇게 내용을 소개할 필요도 없습니다. 며칠 전 이른 아침 경전 강의를 하려고 지하철 4호선을 타고 가면서 다시 한번 이 책을 펼쳐 읽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소개한 내용보다 내게 더 감동적인 대목은 그 뒤에 나옵니다.


전체 내용 보러 가기 ☞ https://ipku.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3

작가의 이전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두 번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