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합창단 정기 연주회에 갔다가….
지난 화요일(8/3)에, 오랜만에 가보는 3.15 아트센터에 시립합창단의 195회 정기 연주회를 보러 갔다.
이번 연주의 특이한 기획은 두 사람의 지휘자를 초빙하여 번갈아 무대에 올려 마치 배틀 하듯이 진행하는 방식으로
일명 ‘2인 2색 콘서트’라는 연주회였다.
언제나 신호대기가 길고 좌회전으로 아트센터에 들어가는 짧은 신호등이 불만인 입구의 삼거리는 다행히 오늘은 조금 더 일찍 서둘러 와서 인지 합창 연주회의 지명도가 낮아서 인지 언제나 대기줄이 긴 좌회전 차선엔 아무 차량도 없었다.
입구는 최근에 새로 설치한 자동 개폐장치로 된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다. 어차피 음악회에 오는 관객들에게는 주차비를 받지 않으면서 왜 이런 걸 설치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요즘 추세에 따른 것인지, 예산이 남아서인지, 왜냐면 이곳은 도시의 중심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아무도 볼일 없이 주차하러 오는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주변에 상가든지 볼거리가 있거나 카페가 있어 붐비는 곳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오로지 3.15 아트센터에 오는 사람만 방문하는 곳인 도시의 외딴섬이기 때문이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를 올라 들어가니 소극장 쪽에도 오늘 공연이 있는지 안내요원 두 명이 인사를 하며 반긴다. 그러나 우린 예매된 표를 찾아 당연스럽게 대극장 쪽으로 가는데 그쪽은 캄캄하다 안내요원도 직원도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관객도 아무도 없다. 표를 확인해보니 오늘 합창단 공연이 ‘소극장’으로 되어있다. 헐!
3.15 아트센터의 공연 참가 중 이렇게 뒷자리로 배정된 적이 없었는데 거의 뒤쪽 끝라인에서 서너 칸 앞자리였다. 두 명의 지휘자가 두 세곡씩 지휘를 하는데, 여자 지휘자가 먼저 나오고 그다음 남자 지휘자 그리고 관악 오중주 팀이 찬조 출연으로 몇 곡을 하고 다시 여자 지휘자, 남자 지휘자로 연주순서를 맞추어 놓았다. 그러나 왠지 키가 작고 아담한 여자 지휘자는 합창단에 비해 왜소하게 보여 남자 지휘자에 비해 합창단을 장악하며 이끌어가야 하는 리더의 역할에 좀 어울리지 않은 느낌과 어딘지 모르게 연약하게 보여 오히려 합창단에 이끌려 가는 듯 보였다.
레퍼토리 면에 있어서도 두 번째 남자 지휘자 스테이지에 민요 세곡을 빼고는 오늘 오는 관객의 수준엔 어려워 보이는 브람스 왈츠 스타일의 가곡 13곡과 미사곡과 재즈를 편곡한 곡 등 전체가 종교음악으로 편성되어 있었으며 하물며 중간에 찬조 출연한 금관 오중주 팀도 영화음악, 재즈, 팝으로 구성됨에도 불구하고 안면 있는 곡이 한 곡 정도 있을까 말까 여서 무엇을 들려 주려고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
옛날로 돌아가서, 산청 실버 합창대회가 떠 올랐다. 그때 심사위원장이 대회 전 인사말과 심사 기준이나 방향을 설명하는데, ‘합창은 대회든 발표든 우승하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선곡’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자기 팀이 수상을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지휘자나 단장 등 선곡자의 문제가 제일 탈락원인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선곡은 자기들끼리 경쟁하려고 모이지 않은 이상 관객들에게 어필하거나 즐거움을 주는 곡으로 선곡이 되어야 한다 ‘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속했던 실버합창단이 17년도 이탈리아에서 열렸던 국제 합창제에서 무려 백개의 팀 가까이 모여 경쟁하는 대회에서 탑 쓰리에 올라 수상을 했던 것도 세 곡이 다 감동적이고 즐거운 곡이었기 때문에 그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확실해졌다. 그래서 그런지 이 날 연주는 중간에 깜빡 졸 때도 있었고, 옆 사람이 중간에 “우리, 그냥 집에 갈까?”하고 말했던 것도 이 날 레퍼토리가 얼마나 난해하고 일반관객들이 낯설어하는 곡 들만으로 이루어진 게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물론 전국 합창대회에서 전공자들이 실력 자랑하는 대회에서는 진짜 어렵고 난해한 곡들로 이루어진 경우도 있다. 그런 대회에 우리 실버 합창단이 참가한 적이 있어서 경험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런 전국대회에서 수상 할 리는 없지만.(그 대회에서는 우리가 이탈리아 국제 합창제에서 탑 쓰리에 수상을 했다고 하니 특별 출연을 시킨 지도…) 그때도 많은 합창 단원들이 마주칠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러분 팀이 ’ 최고였다 ‘고 하면서…..
그러한 이유들이 이 날 정기 연주회로 관객들에게 아름답고 즐거운 곡을 선사하여 행복한 저녁시간을 멀리까지 찾아와 주신 관객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