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건,

미워하지 않기 위해 멀어지기로 했어,

by 서쪽창가

한동안 나는
용서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어.
괜찮아졌다고 말하면
모든 게 다 지나간 것처럼 느껴질까 봐
차마 그 말을 할 수 없었어.

용서란
상대를 이해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왜 그랬는지, 어떤 마음이었는지
끝까지 알아야만 가능한 일 같았어.
그래서 나는 오래도록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어.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됐어.
이해하려 애쓰는 동안
가장 많이 다친 건
언제나 나였다는 걸 알게 됐어.
설명되지 않는 마음을 붙들고
계속 나만 아파하고 있었어.

그래서 나는
완전히 이해하지 않기로 했어.
대신 그 마음을
조용히 내려놓기로 했어.
미워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나를 상처 입히지 않기 위해서였어.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건
다시 가까워지는 일이 아니었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웃는 것도 아니었어.
그저 그 사람을
내 마음 한가운데서
조금 멀리 두는 일이었어.

그렇게 거리를 두자
숨이 조금 편해졌어.
계속 움켜쥐고 있던 감정이
서서히 풀리는 느낌이 들었어.
그제야 알았어.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용서였어.

용서는
상대를 위한 말이 아니었어.
끝까지 나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선택이었어.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선택 덕분에
조금 덜 아파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