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잠이 든 밤

스무 번째 편지 하루의 기록,

by 서쪽창가

너희가 잠든 뒤.

불을 하나씩 껐고,
방문을 조심스레 닫았고,
거실로 나오는 발걸음은 늘 작아졌어.
낮에는 그렇게 큰 소리로 너희를 불러놓고,
밤이 되면 혹시라도 깨울까 봐
숨소리마저 낮췄어.

너희의 밤은 고요했어.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작은 손도,
어느새 굳어버린 다리의 모양도,
잠결에 잠깐 찡그린 얼굴도
하나하나 나의 눈에 담았어.
그 모든 걸 확인하고 나서야
오늘 하루를 끝낼 수 있었지.

낮의 엄마는 해야 할 말이 많았어.
“밥 먹자.”
“빨리 준비하자.”
“서둘러.”

그 말들 속에는
여러 마음이 섞여 있었어.
불안도 있었고, 조급함도 있었고,
화도 내고 짜증도 있었어.

그런데 너희가 잠들고 나니
그 말들이 어디로 갔는지
집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어.
대신 낮에는 미뤄두었던 생각들이
천천히 자리를 찾아왔어.

오늘은 어떤 엄마였을까, 생각했어.
너희에게 어떤 표정을 남겼을까, 돌아봤어.
화도 내고 웃어넘긴 말들 사이에서
너희는 무엇을 느꼈을지
혼자서 오래 생각했어.

사실 엄마는
항상 단단한 사람은 아니었어.
어떤 날은 숨이 차서
마음이 먼저 주저앉았어.

그런 날에도
너희는 너희대로 하루를 살아냈고,
엄마는 엄마대로
너희를 지키는 쪽으로 몸을 움직였어.
잘 해내지는 못해도
떠나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어.

너희가 잠든 밤마다
엄마는 너희에게 더 많은 걸 주지 못한 마음을
조용히 정리하곤 해.
미안함은 오래 붙잡지 않으려고 애썼고,
사랑은 말로 증명하지 않으려고 애썼어.

대신 엄마는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했어.
너희의 밥을 챙겼고,
너희의 옷을 챙겼고,
너희의 내일을 챙겼고,
마지막으로 너희의 잠든 얼굴을 챙겼어.

너희의 밤은 길었고,
엄마의 마음은 그 밤에 기대어
겨우 숨을 쉬었어.
낮에는 말하지 못했던 것들이
밤에야 비로소 말이 되었어.

이 밤이 지나면
엄마는 다시 아침의 얼굴로 돌아갈 거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너희를 깨우고
또 하루를 시작하겠지.

하지만 너희가 언젠가 이 편지를 읽는다면
이건 알아줬으면 했어.

너희가 잠든 뒤에도
엄마는 너희를 생각했어.
너희가 모르는 방식으로
늘 너희의 편이었어.

잠든 뒤, 너희의 밤은
엄마가 사랑을 다시 배우던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