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성적표를 받은 날 - 실망감이 몰려오다
습관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건설적인 비판이라는 이름표를 변명 삼아 별것 아닌 사소한 일에 불평하였다. 식사 시에 유튜브 그만두기는 덥고 습기가 높은 불쾌 지수가 최고조인 날씨에는 맥없이 주장을 잃었다.
오늘은 불평도 한 바가지, 그리고 식사 시에 유튜브 보기도 해버렸다. 제대로 씹지 않고 급하게 삼기는 저작운동 습관과 새우등 자세도 부록처럼 함께 따라왔다.
혼자 하는 프로젝트이기에 약속을 깨는 것은 쉬웠다. '오늘 딱 하루만...' 혹은 '오늘은 기분이 안 좋으니 나에게 너무 가혹하게 굴지 말자'와 같은 내 안의 프로젝트 방해자의 달콤한 유혹에 손을 잡았다.
이 프로젝트에 처벌을 내릴 수 있는 선생님이 있었다면, 아마 단단히 혼이 났을 것이다. 사실,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일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님을 느낀다. 실망감이 들었고, 이러다 나는 삶이 불평만 늘어놓으며 변화 없이 똑같은 삶을 살아갈까 봐 겁이 났다. 나이 들어서 얼굴에는 심술이 가득한 얼굴로 흰머리에 새우등과 거북목 자세에, 다리 하나는 의자 위에 떡 하니 올리고 볼품없이 식사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알면서도 실천이 어렵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껴졌다. 변화해야지 하면서도 변하지 않고 몇 년째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주변 사람을 보면 한심하다 생각했는데, 그게 내 모습이 된 것 같았다. 술을 끊어야지 하면서 매일 밤 수면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수면제 복용하듯 맥주 한잔을 마시는 친구, 담배를 끊어야지 하면서도 못 끊고 10년째 흡연자인 지인, 다이어트하겠다는 결심만 벌써 몇 년째인 가족.
그저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고 평가했는데, 그 의지 약한 사람들의 리스트에 내가 이름을 올려야 될 것 같았다. '그래. 한번 자리 잡은 습관이 어떻게 며칠 사이에 손바닥 뒤집듯 쉽게 변할 수 있을까' 애써 긍정적으로 위로해본다.
날이 저물어 가는 저녁 6시.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반성한다. 말로만 반성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 결심을 상기시켜본다.
21일의 불평 그만 두기 프로젝트 Day 10.
프로젝트의 중간지점까지 온 날이기도 하며 동시에 프로젝트 망한 날. 그리고 나의 의지력을 시험받은 날. 중간 성적표는 실망스러우나 아직 남은 날이 더 많기에 다시 결심에 결심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