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은 현재진행형
나는 요즘 미리멀리즘에 빠져있다. 미니멀리즘은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소유하는 개념이다. 물건에 치이지 않은 홀가분한 삶을 지향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무소유와도 비슷하다.
어느 날 인터넷에서 10대들 사이에서 명품은 흔한 아이템이라고 표현하는 기사를 읽었다. 실제로 명품 브랜드에서 10대 층은 떠오르는 주 고객이라고 한다. 비 오는 날 고가의 신발을 보호하기 위해 70만 원대의 신발을 껴안은 채 빗속을 걷는 10대에 대한 기사를 읽을 때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만약 땅에 못이나 유리가 있었다면? 발은 피가 철철 나고 상처가 생겨도 되지만, 명품 브랜드 신발은 물에 젖지 않게 품에 고이 안아야 한다는 생각, 주객전도. 물건이 사람을 소유하는 것이다.
몇 년 전 대학강의를 한참 병행했을 때, 일에 욕심을 부려 하루에 9시간씩 강의를 하였다. 그때 목을 혹사한 후 매년 환절기마다 편도선염에 걸린다. 과거의 잘 못된 행동에 대해 벌금이라도 내듯 편도선염은 청구서처럼 빠지지도 않고 매년 어김없이 찾아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청구서가 날아와 과거의 나의 행동에 대한 벌을 여전히 받는 중이다.
그 당시에는 벌어들이는 수입은 증가하였으나 증가하는 수입만큼 나는 더 공허했고 외로웠으며 텅 비워져 갔다.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흘려보내는 것 같은 하루하루였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 성공이고 행복이라 믿는 사회에 부응한 것뿐인데, 그 사회에 부적응자가 되는 것 같아 불편했다.
그럴 때마다 공허함을 물건을 사며 채워나갔다. 입지 않는 옷은 늘어갔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공간을 점유해 갔다. 그렇게 공허함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채울수록 내면의 나는 더 가난해져 갔고, 목말라 갔다. 그리고 소유할수록 물건이 늘어나 내가 있는 공간은 치워도 정리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치우다 보면 금세 피곤했다. 그렇다. 소유하는 것은 사실은 고단하다는 것과 같았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미니멀리스트라고 부른다. 미니멀리스트들은 적게 소유하는 것을 행복의 열쇠라 믿기 때문에 버리는 것을 극도로 강조한다. 나는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채울 수 없었던 공허함을 반대로 비움으로써 가져보기 위해 미니멀리스트를 모방하기로 결심했다.
버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물건을 버릴 때마다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는 나와, 아깝다고 느끼는 내가 내면에서 갈등을 일으켰고, 나는 자주 그 싸움에서 승자도 패자도 없는 가장 쉽지만 가장 비겁한 “회피”를 선택했다.
하루는 이나가키 에미코의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대형 신문사에서 기자로 근무하였던 그녀는 미니멀리스트가 된 뒤로 물건을 줄이고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그만두고 작은 집으로 이사했다. 현재의 그녀는 물건을 줄이다 못해 전기도 없이 생활한다. 냉장고도 가스레인지도 없는 그녀의 삶이 어딘지 모르게 원시적이고 구차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타인에 의해 강요된 삶이 아닌 능동적으로 삶을 이끌어 가고 있는 그녀는 멋졌다. 그녀는 기꺼이 사회의 부적응자가 되었으나 분명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는 방법을 터득하였고, 실천 중이었다.
누군가는 전기도 없이 살아가는데 이까짓 물건쯤 못 버릴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본격적으로 물건을 줄이기로 결심하였다. 방안 곳곳이 쌓여있는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는 옷부터 시작했다. 처분 과정에서 아깝다고 말하는 내면의 내가 불쑥불쑥 저항할 때마다 애써 외면했다.
내 안의 미니멀리스트 반대세력의 견제가 쉽게 먹혀들지 않자, 전략을 바꿔 접근하기도 했다. 버리는 것도 낭비라고 하며 죄책감이 들게 했다. 그럴 때마다 미니멀리스트의 책을 읽어가며 결심에 또 결심을 하느라 옷만 처분하는데도 장작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결국 60kg의 옷을 처분했다.
옷을 버렸을 뿐인데 옷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이 함께 비워졌다. 옷장에 비워진 공간만큼 마음이 후련했다. 버리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부분만 남기는 과정을 통하여 물건이 나를 통제하는 것이 아닌 내가 물건을 통제하고 있음을 느꼈다.
소유에 미련이 줄어들면서 일에도 크게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하기 싫은 일은 억지로 맡지 않아 시간이 많아져 이제는 취미생활을 하며 관심 있는 수업도 들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과거의 나라면 하기 싫은 일도 꾸역꾸역 맡아 야금야금 내 살을 갉아먹으며 내가 나를 괴롭혔을 것이다.
돈, 일, 관계, 겉모습, 그리고 사회적위치등 오늘날 내가 소유당하는것들은 눈에보이는것부터 보이지 않는것까지 수도없이 많다. 그래서 물건에게 만큼은 소유당하고 싶지 않다. 물건으로 부터 주도권을 다시 획득하면서 빼앗긴 자유와 독립을 다른 것들로부터도 서서히 되찾으려 한다. 나에게 미니멀리즘 선포는 자유를 찾아가는 여정과 같다.
나는 미니멀리즘이 좋다. 그래서 나의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위한 여정은 현재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