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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지 Jul 29. 2021

오늘부터 "불평"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불평그만 두기 프로젝트1일

"왜 이렇게 더워."


올여름 들어서 덥다는 불평을 몇 번이나 하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습관처럼 덥다는 불평을 아침에 눈을 뜨면서 그리고 눈을 감을 때까지 달고 지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에어컨의 온도가 너무 낮게 설정되어 있는 곳에 있을 때면 또 너무 춥다고 불평하였다. 덥다고 불평, 춥다고 불평. 


날씨와 관련된 불평뿐만 아니라 내게 있어서 불평은 하루 종일 따라다니는 그림자와 같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까다롭게 구는 사람이 있는 경우에도 상대에 대한 불평을 혼자서라도 중얼거렸다. 운전 중에도 깜빡이 없이 불쑥 끼어드는 운전자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욕까지 담긴 불평을 한 경험은 수도 없이 많다. 



불평을 그만두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어느 찰나의 순간에 발생한 것은 아니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물건과 관련하여서는 어느 정도 미니멀한 삶을 실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니멀리즘을 확대할 수 있는 범위를 물색하였다. 내적인 미니멀리즘은 어떻게 창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내면의 불필요한 생각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최근 연구에서 인간이 하루에 하는 생각은 평균 6만 개에서 8만 개 정도라고 한다. 즉 인간은 한 시간에 평균 2500개 에서 3300개의 생각을 한다는 의미이다. 보이지도 않는 생각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버려도 되는 생각은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했다. 내 생각을 직접 눈으로 셀 수 있다면 아마도 걱정, 그리고 불평이라는 카페고리가 엄청나게 많은 자리를 차지할 것만 같았다. 


나는 왜 불평을 하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나는 불평을 하면서  타인보다 더 나은 존재로 스스로를 인식하고자 한 것이다. 불평을 통해서 나는 피해자일 뿐 일을 그르치는 대상은 내가 아닌  타인 혹은 상황이며,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가장 쉬운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책임전가는 나의 잘못을 받아들이고 나아가 나를  발전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쉽고 간단한 일처리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평의 행동이 나를 스스로 "피해자" 취급한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불평을 늘어놓는 동안에는 스트레스가 완화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라도 심리적 스트레스를 야기한 대상 혹은 상황 심지어 날씨에 대한 불평을 쏟아내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참아내지 못하고 화병만 부추긴다고 생각했다. 


다만 불평을 끝내고 난 뒤에는 주로 기분이 더 엉망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얼마 전부터 느끼게 되었다. 내가 원한 건 "불평"뒤 찾아오는 심리적 안정감이었는데, 오히려 "불평"은 내 심리상태를 구정물에서 샤워라고 한 듯 훨씬 더 "부정적"이고 찝찝하게 만들었다. 


불평으로 인해 바뀌는 사실이 없다는 것 또한 불평을 그만두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 중에 하나이다. 불평하고 있는 시간, 그리고 불평이 끝나고 난 뒤에 더 불쾌해지는 기분에 대해 주어지는 보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불평하느라 흘려보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평을 하기 위해 흘려보낸 나의 시간도 아깝지만, 내 불평을 들어준 상대방의 소중한 시간도 내가 빼앗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결론도 보상도 없이. 


이렇게 불평에 대한 내 심리적 동요가 일어나는 동안 결정적인 계기가 발생했다.  지난주에 남자 친구와의 데이트 중 SUV를 탄 운전자의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할 뻔했다. 남자 친구의 순발력으로 사고는 모면하였으나 흥분한 그는 상황이 종료되고 난 뒤에도 SUV 운전자에 대한 불평부터 시작하여 대한민국 운전자들의 평소 안전불감증에 대한 불평까지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불평으로 시작한 부정적인 분위기는 식욕까지 빼앗아갔고 결국 식사시간을 놓쳐 뒤늦게 도착한 레스토랑은 영업시간 종료로 계획했던 식사는 그렇게 물거품이 되었다. 일이 한번 뒤틀리고 나니 그 뒤의 시간도 둘 다 내내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하루로 남게 되었다. 


'만약 그날 그 SUV 운전자에 대한 불평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다행히 남자 친구의 민첩한 행동으로 인해 실제 사고가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남자 친구는 본인의 순발력을 뽐내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고 나는 그를 나만의 영웅으로 미화하여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계획했던 레스토랑에서 기분 좋은 저녁식사를 보냈을 것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하루가 아닌 오래 간직하고 싶은 날로 완전히 변했을지 모른다. 


단순히 "불평"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하여 하루의 일상이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나니, 불평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서서히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도서관에서"나는 불평을 그만두기로 했다"라는 책을 발견하여 홀린 듯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21일간 불평을 그만두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라고 조언하였으며,  프로젝트 기간 동안 영상으로 본인의 감정과 상태를 남겼다고 한다. 나는 책의 저자가 하였듯이 나도 불평을 그만두기로 한 오늘부터 그리고 결심을 먹은 바로 이 순간부터 "글"로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에는 불평을 그만두면서 변화되거나 느낀 감정들에 대해서 솔직하게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21일 뒤, "나는 불평을 그만두기로 했다"의 저자의 말처럼 내 삶이 더 즐거워져 있길 바라보며 지금 이 시간부터 나는 일체의 불평을 그만두기로 선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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