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를 사고파는 사람들
비트코인이 처음 나왔을 때, 우리는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했어. 어떻게 실물도 없는 것에 소중한 돈을 투자할 수 있냐며 말이야. 하지만 현재 비트코인은 하나에 1억을 돌파했어. 실물도 없는 비트코인에 어째서 1억이라는 가격이 붙을 수 있었을까?
그 이유를 얍 섬이라는 곳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 알아볼게. 우리나라에서 남쪽으로 쭉 가면 그곳에는 얍 섬이라는 곳이 있어. 이 얍섬에서는 ‘라이’라는 화폐를 사용해. 근데, 이 ‘라이’는 평소에 물건을 사고팔 때 쓰는 화폐와 조금 달라. 부족 간에 다툰 후 화해를 할 때 쓰거나, 결혼을 할 때, 폐물처럼 쓰지. 그렇다면 이 ‘라이’는 금이나 다이아몬드처럼 굉장히 가치 있는 물건이겠네? 이제 ‘라이’의 정체를 공개할 게 라이는 그냥 돌덩어리야.
물론, 라이가 그냥 돌덩어리는 아니야. 이 돌덩어리는 얍 섬에서 약 500킬로미터 떨어진 파라오 제도에서 작은 배를 통해 운반해.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400km인 것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거리인 것을 알 수 있어. ‘라이’는 무거운 것은 하나에 5톤씩이나 해. 그래서 ‘라이’를 움직이는 데는 엄청난 힘이 들어.
그런데 이 돌덩어리를 교환할 때마다 운반하기에는 너무 무거워. 따라서 돌덩어리는 같은 장소에 그대로 둔 채, 소유주만 바뀌는 거야. 집은 그대로 있는 채 주인만 바뀌는 것을 생각하면 될 거야. 근데, 우리는 계약을 할 때 국가에 이 집이 우리 것임을 알려. 그 후에야 집이 자신 것이 되지. 하지만 이 섬사람들은 그럴 필요가 없어. 왜냐하면 ‘라이’는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거래되거든. ‘라이’를 교환하는 일은 그 섬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큰 일이야, 그러니깐 ‘라이’의 주인이 바뀌는 일은 그 부족의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다 아는 일이라는 것이지. 그러니 누군가 “광장에 있는 라이는 누구 거예요?”라고 물어보면 누구나 주인을 말해 줄 수 있는 것이지.
근데, 이게 비트코인이 1억이 된 거랑 무슨 상관일까? ‘라이’는 돌덩어리 기는 해도 실물이 그대로 있잖아! 이에 대한 답은 섬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라이’를 보면 알 수 있어. 얍 섬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라이’는 10톤 하는 ‘라이’도 아니고 20톤 하는 ‘라이’도 아니야. 놀랍게도 가장 가치가 높은 ‘라이’는 아무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바다 안에 있어. 이 ‘라이’는 파라오 제도에서 얍 섬으로 운반하던 도중 폭풍우를 만나 바다에 빠졌다고 해. 하지만 이 섬사람들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이 라이를 교환하지. 왜냐하면 모두가 그것이 그곳에 있다고 믿고 있고, 그것이 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야.
사실 이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라이’는 우리가 쓰는 ‘돈’과 다를 게 없어. 왜냐하면 돈도 생각해 보면 전혀 가치가 없거든. 도대체 그 작은 종이쪼가리가 무슨 가치가 있겠어! 하지만 우리는 돈이 가치가 있다고 믿지. 왜냐하면 모두가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이야. (심지어 옛날에는 종이라는 형태라도 있었지 요즘은 다들 카드 쓰잖아?)
보이지 않는 것을 공통으로 믿을 수 있는 능력. 이게 인류의 초능력인 것 같아. 그리고 이 초능력 때문에 실체가 없어 보이는 비트코인이 1억이 될 수 있었을 거야.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이 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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