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을 때까지는 그러지 않을까?
일요일에는 웬만하면 아무 일도 안 하고, 평화롭게 지내려고 해. 종교적인 이유는 아니고 그냥 그게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아서. 그런데 일요일 밤이 되면 왠지 모르게 불안해지더라.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내일 또 일해야 되네?’
‘오늘 아무것도 안 했네?’
뭔가 하루 온전히 쉰다는 것도 힘든 것 같아. 이럴 때면 1000억 정도 주머니에 꽂히면 이 불안이 사라질까 상상하곤 해. 그러면, 계속해서 날 채찍질 할 필요도 없잖아? 주머니에 1000억이 있는데, 굳이 가치 있는 인간이 될 필요 있겠어?
가치 있는 인간이 돼야 한다는 끊임없는 압박이 인간을 불안하게 만들어. 심지어 ‘가치’는 내가 정하는 것도 아니야. 이미 정해져 있어. 돈, 포르셰, 한강뷰 뭐 이런 게 그 가치야.
근데…. 정말 이게 정해진 가치일까? 아니야. 이런 것들은 정해진 가치들이 아니야. 시대가 변함에 따라 가치도 변해 왔어.
기원전 400년 스파르타를 생각해 봐. 그때 가장 가치 높은 사람은 싸움을 잘하는 남성들이었어. 그들은 묵묵해야 했고,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됐어. 시장에 있는 것? 수치스러운 일이었지. 결혼해도 부인이랑 안 살고, 한 달에 한 번 아이를 낳기 위해 잠을 잤어. 심지어 그 아이도 신체적으로 약한 아이가 태어나면 언덕에 던져버렸어. 이게 스파르타에서 가치가 가장 높은 인간이었어.
서유럽 476~1096년 가장 가치가 높은 인간은 성직자였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몸으로 실천하는 인간이 가장 가치가 높았지. 스파르타에서는 강한 남성이 가치가 있었지만 성직자들은 싸움을 싫어했었지. 성직자들은 채식주의자가 많았어. 짐승을 죽이는 일도 피하려 들었거든. 그들은 부를 추구하지 않았으며, 집이나 말도 소유하지 않았어.
1096~1500년 서유럽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간은 기사였어. 이 사람들은 부유한 가문 출신에 사냥을 즐겼어. 고기 좋아하고, 기독교를 믿지 않는 인간들은 죽여도 상관없다고 믿었었지. 이 사람들 또한 장사를 통해 돈을 버는 행동을 좋게 보지는 않았어.
1750~1890 잉글랜드에서 존경받는 인간은 ‘신사’였어. 이때는 신체적으로 강한 인간보다는 오히려 춤을 잘 추는 것이 중요했어. 이 사람들은 가족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아이들을 소중하게 생각했어. 이 사람들은 부유했으며 자기 소유지를 관리하는 일을 했어. 산업에 간 보는 식으로 뛰어들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장난 삼아였지. 상인, 산업가 같은 열등한 계급과는 선을 그었어.
시대가 지남에 따라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은 변화해 왔어. 지금의 가치는 당연히 돈이지. 우리는 변하지 않는 이유 때문에 불안한 게 아니야. 그냥 그 시대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가치 때문에 불안한 것이지. 그러면 어떻게 할까? 돈을 많이 모으면 될까?
맞아! 돈 많으면 해결 돼. 일 열심히 해서 돈 많이 모으면 돼! 명쾌하지?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는 열심히 산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시대가 아니야. 물론 열심히 하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겠지. 하지만, 열심히 그림 연습하던 지망생 앞에 그림 그리는 AI가 나올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잖아? 갑자기 경기 침체가 오면? 우리 삶은 통제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해.
그래서 돈이 우리 존엄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면, 우린 평생 불안할 거야. 언제 어떤 사건을 만나서 돈을 잃게 될지 우리는 알 수 없거든. 그럼 어떤 것에 가치를 둬야 할까? 별 거 없어 사랑, 책임 등의 실천에 가치를 둬야 하겠지. 근데, 솔직히 학교에서 공부 열심히 해서 직장에서 일하는 A보단, 코인 대박 난 B에게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잖아?
맞아. 쉽지 않아. 그게 쉬우면 나나 너나 예수가 돼 있겠지. 그래도 너나 내가 운의 요소를 거둬 내고 뭐가 정말 중요한 가치인지 생각하다 보면 세상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애초에 가치라는 건 시간에 따라 바뀌는 거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돈 한 푼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 오동이는 가보도록 할게! 글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