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영향력에 대하여
한 해가 끝나는 열두 번째 달이면 생각한다, 나의 오랜 친구들을.
자주 보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각자의 위치에서 자전을 충실히 해나가는 나의 자랑스러운 친구들.
찬바람이 귀 끝에 맴돌고 휘황 찬란 빛나는 거리를 보고 있으면 나를 웃게 해 주던 이들의 얼굴이 하나 둘 떠오른다.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따뜻한 시선을 주고받고 싶다.
잘 지냈는지 안부를 묻고 싶다. 혹 힘든 일이 있지는 않았는지, 행복한지.
힘든 일이 있었다면 힘을 보태어주고 축하할 일이 있으면 크게 축하해주고 싶다.
혹시 내게 연락하기를 망설이고 있을까?
마치 내가 너에게 하지 못하는 것처럼.
내 연락이 김미영 팀장처럼 기다리지 않던 연락 일까 봐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러면서도 내 옆에 네가 있기를, 네 옆에 내가 있기를 바란다.
나의 작은 욕심이다.
휘핑크림처럼 부드러운 푸딩과 아작아작 씹히는 고소한 후레이크들을 먹을 때 느끼는 행복감.
딱 그 정도면 된다.
작은 일상을 공유하며 곱씹는 나날 말이다.
거의 1년여 만에 만나게 된 친구가 내게 말했다.
너에게 긍정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데 그게 다른 사람의 기분도 좋아지게 만든다고.
최고의 칭찬이지 않은가? 그 말을 듣고 쑥스럽기도 했지만 고마운 마음이 컸다.
긍정적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 것은 결국 내가 만난 그 상대방 덕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건 네 덕이야. 고마워.
라고 말해주고 싶다.
선한 영향력이란 건 어쩌면 이런 게 아닐까?
보통은 유명인이 기부를 하거나 봉사함으로써 대중들로부터 긍정적 관심을 끌어내는 경우 사용되지만, 이미 우리가 계속해왔던 즐거운 만남 자체가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행위인 것이다.
서로를 살리고 살게 하는 힘.
별것 없다. 다정하고 진실된 마음이면 된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곁에 행복이 바짝 다가와 붙어 있을 것이다.
책 <모든 삶은 흐른다>에서 로랑스 드빌레르는 무책임과 무관심이 악한 것을 더 쉽게 퍼져 나가도록 돕는다고 말한다.
개인주의라는 것이 유행하는 사이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무관심해지지는 않았을까?
그럼으로써 무언가를 잊고, 잃어버리지는 않았을까?
2023년의 끝, 나는 그런 것들을 되찾고 싶다.
놓치고 있던 것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