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하여 그만 의인화하고 말았다

의자

by 시숨

의자


함부러 의인화하지 않기로 하였지만

오랜만에 본가에 들른 날

자꾸 그날이 다시 떠올라


발인 후 아버지 장지로 가던 길

집 앞에 잠깐 차를 세우고

영정 사진을 들고 집 안을 돌고

나오던 날


네 개의 든든한 다리에 눈이 간다

두 다리의 마음들을

늘 받아주었던

소리없는 기억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아버지는 가셨는데

너는 그대로네

나무결에 소리도 담을 수 있을까

혼자 있는 순간에도

우리는 혼자가 아니었을까


나를 위하여

그만 의인화하고 말았다


그래야만 나는 다시

아버지 하고 불러볼 핑계를 얻으며

혼자 있던 날

나와 함께 했던 말없는 이

하나 있었다며 위로하고


그 딱딱한 마음같은

나무결을 쓰다듬어

볼 수 있어서였다

화, 금 연재
이전 20화젊음은 철책 너머를 자주 바라보곤 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