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은 철책 너머를 자주 바라보곤 했었지

사천리 계단길

by 시숨

사천리 계단길


내 젊음의 한때

끊임없이 오르내리던 곳은

사천 개의 계단이 있다던 사천리

인제군 서화면 서화리에서

돌길 위를 달리는 군용 닷지차가 흔들려

마치 엉덩이로 돌밭 위를 뛰어가듯

얼얼해질 때쯤이면

늘 어둑해져서야 도착했던 막사


산맥은 남과 북으로 길게 이어진

줄기였건만

그 시절 총을 멘 우리는

동과 서의 허릿길만

맴돌았었지


사천리 계단길

가다 보면 다시 멈춰

돌아서야 하는 길

협조점과 협조점 사이에 이어진

그 닫힌 계단들이 답답하여

젊음은 철책 너머를

자주 바라보곤 했었지


산맥의 척추들이

불쑥불쑥 솟은 풍경을

낯설게 바라보면

언제부터 저기 있었는지 모를

불모지가 절벽처럼 버티고

서 있었지


매일 이어지던 계단이

종아리에 익고

허벅지에 새겨져

돌같이 단단해졌을 때쯤

그곳과 작별하게 되었지


아득하기만 하던 계단을

마지막으로 내려오던 날


철책 너머 풍경은

평소처럼

적막했건만

나만 왜 그리

눈물이 흐르던지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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